▲작가의 말 한마디 놓칠 수 없어 글로 기록해 놓았다.
강상도
수첩에는 촘촘히 지나가는 나의 일상이 글씨로 포개어졌다. 좋았던 시간도 반복의 시간도, 두려웠던 시간도 글자들과 함께 지나갔다. 첫 장에는 매월 학교도서관의 계획들이 곳곳에 들어있다. 월마다 도서관행사와 업무처리 등 해야 할 일들로 빼곡하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기록하니 좋은 점. 당시 교직원들과 학생 책모임에서 읽어왔던 14권의 책 목록이 선명하게 다시 회상되었고, 북토크를 위해 동화작가섭외를 위한 연락처 등을 보니 그때의 상황이 눈 앞에 그려졌다. 또 도서관 업무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별표를 쳤었다. 이렇게 기록들로 얼마나 치열하게 일상을 보냈는지 평가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올해의 내 자랑거리라면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8개 산 봉우리를 완봉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는 것. 수첩에 날짜와 산 이름, 가장 쉽게 오르는 방법 등을 적어 실천에 옮겼다. 늦가을부터 시작하여 6개의 산을 올라, '8개'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1,000m 고지를 올랐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보고자 하는 굳은 마음을 수첩에 담았다.
수첩에는 갈수록 꽉 찬 일상의 기록이 쌓여갔다. 자주 가는 책방에서 만난 사람들, 인터뷰한 내용들을 기록했고 정리했었다. 경남 창원 가로수에 있는 책방 '민들레 책밭'에서 시작해 마지막 거제 독립서점 '책방 익힘'까지, 6명의 책방지기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 수 없어 꼼꼼하게 적었던 기록들이 남아있다. 선명하게 그때의 기억으로 인도하는 기분이다.
잡다한 기록도 많다. 그때그때 책에서 봤던 좋은 구절을 필사해 놓거나 추천책을 써 놓았다. 추천책은 때가 되면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했다. 은소홀, 정여울, 김탁환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날에도 수첩을 들고 갔었다. 열변을 토해내는 작가의 말과 언어를 받아 적었고 좋았던 글은 다시 필사로 기록했다. 이 작업을 마치고 나면 작가의 생생한 말들이 나에게 들어온 기분이 든다.
그렇게 6개월, 이제는 출근할 때 수첩이 손에 없으면 허전할 정도다. 수첩은 나의 하루하루 일상을 함께 했다. 누구는 휴대폰 기록 어플인 애버노트가 훨씬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나는 공책이 좋다. 직접 손으로 필기할 수 있는 수첩을 고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