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축협 조합원이 한우 2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신고한 주소지를 카카오맵으로 본 항공사진(위) 과 오마이뉴스가 촬영한 해당 산림의 현재 모습(아래). 최소 10여 년 동안 한우 농장으로 사용한 흔적이 없다.
심규상
또한 농업경영체 등록은 1농장 당 한 사람, 농영경영체 경영주 등록은 1세대 1경영주만 가능하다. 지난해 5월 작성한 대전축협의 조합원 실태조사 안내문에도 '반드시 농영경체등록확인서에 경영주로 등록돼 있어야 조합원 자격이 인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모두 같은 농장의 조합원으로 가입해 1세대 당 2표를 행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이 중 한 조합원은 고발인들에게 "부부가 같이 조합원으로 돼 있는데 아내는 경영주 등록이 안돼 있어 조합원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피고발된 조합원들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통지서를 통해 "(고발인 등이) 증거로 제출한 사진 등은 촬영일시가 불명확하지만, 대전축협의 자료를 보면 피고발인들이 농업경영체 등록이 돼 있고 조합에서도 현지 실태조사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대전축협 현 조합장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고발의 주요 취지는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가 아닌 실제 축산업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현장 확인해 조합원 자격 유무를 가리고, 조합장선거권 행사가 적합한 것인지를 가려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경찰 수사는 실제 축산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서류만으로 판단한 오류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경찰은 이의 제기에 따라 사안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빠르면 이달 중 재수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축협 "문제될 분들 정리, 다른 사람 축사에 소 키우는 경우 조합원 인정"
대전축협 관계자는 "대전축협의 경우 지난 2008년 조합원 984명에서 현재 360명으로 조합원이 줄었다"며 "이는 조합원들을 엄격한 기준에 의거해 정리해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 감사를 비롯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별도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가 될 만한 분들은 다 정리했다"며 "그럼에도 다 걸러내지 못했을 수 있어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전축협 관계자는 기자가 확인한 축사 없는 주소들과 관련해 "현장 점검 당시 해당 조합원들이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농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축사에 소를 키운다고 해 이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통해 소를 소유하고 있다는 증명이 있었고, 해당 조합원들도 자기 소유가 맞다고 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조합원은 "농협중앙회나 축협중앙회가 지역농협과 지역축협에 대해 지도감독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조합원 자격에 대해서는 해당 조합 측이 자체적으로 점검, 보고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외부 기관의 강도 높은 실태조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충남지원 관계자는 "애초 신고한 농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농장을 이동한 경우 14일 이내에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 축사에 여러 소유자의 소를 키울 경우 소유자별로 칸막이를 설치해 소유주 관계를 명확히 해야한다"며 "2마리, 3마리 씩을 여러 소유주가 한 농장에서 오랫동안 키웠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축협이나 농협 등에 가입된 조합원들은 '무자격 조합원' 문제가 오랜 병폐라고 지적한다. 충남 지역의 한 농협 조합원은 "조합 측에서 농사나 축산을 하지 않는 조합원이 누구인지 뻔히 알면서도 조합장 선거나 조합의 편안한 운영을 위해 가짜 조합원을 적발해 내는 데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무자격 조합원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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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농가라더니 현장엔 숲만... 대전축협 '가짜 조합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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