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금태섭·양향자 한자리에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부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김대중과 김종필의 연대는 1995년 6·27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부터 추진됐다. 이때 자민련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조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자민련 최각규 후보를 응원했다.
이 연대는 김영삼이 이끄는 집권당에 맞서 김대중과 김종필이 뭉친 사건이었다. 더 나아가 김영삼 쪽에서 내세울 미래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두 사람의 공동 견제였다.
그에 비해, 이낙연·이준석 연대에서는 그 하나의 세력이 분명치 않다. 이낙연과 이준석이 경쟁할 상대는 각각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윤석열 대통령 및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이 될 수 있다. 과녁이 둘로 나뉘기 쉽다는 점에서, DJP 연대와 구조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반감된다고 할 수 있다.
DJP 연대가 작동하는 속에서 나온 것이 1997년 9월 13일 이인제 경기도지사의 신한국당 탈당이다.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한 이인제는 그해 12·18 대선에서 19.2%를 득표해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40.3%)이 한나라당의 이회창(38.7%)을 제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제공했다.
DJP 연대와 이인제 탈당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1995년부터 꿈틀댄 김대중과 김종필의 협력이 김영삼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이것이 김영삼 진영에서 이회창과 이인제라는 두 후보가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DJP 연대는 김영삼 진영을 겨냥해 작동했고, 이 진영을 약화시키는 제반 조건을 발생시켰다.
이낙연·이준석 연대가 DJP연대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이 연대로 인해 상대 진영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 DJP연대는 의석수 1위 정당을 견제할 역량이 있는 정당이 주도했지만 현재 이낙연과 이준석에게는 그 만큼의 역량이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 때문에 적을 하나로 압축하는 게 필수불가결이다. 이낙연은 이재명 공격에, 이준석은 윤석열·한동훈 공격에 치중한다면 DJP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DJP 연대는 만나자마자 사귄 커플이 아니었다. 대선 2년 전인 1995년 지방선거 때부터 초기 형태의 공조가 진행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정도는 '썸'을 거친 연대였다. 상호 이질적인 두 그룹이 연대해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데는 그런 사전 연습이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논의되는 이낙연·이준석 연대는 '썸'을 타다가 끝날 수도 있다. 썸 기간을 짧게 마치고 연대를 공식 선언한다 해도, 시간적 제약 때문에 DJP 연대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DJP연대 보다는 민국당에 가까워
한국 현대사에서 이낙연과 이준석 만큼의 정치적 비중을 가진 세력들이 상호 이질성에 개의치 않고 연대한 또 다른 사례로 2000년의 민주국민당(민국당)을 들 수 있다. 민국당은 그해 3월 8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우리 당은 보수와 개혁이 대등하게 만나 이 시대에 맞는 제3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창당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김대중·김종필 못지않은 이질성이 민국당 참여자들에게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9인 최고위원 중에는 장기표·이기택·김상현(A)도 있었고 김윤환·허화평(B)도 있었다. 1987년 이전만 해도 A와 B는 적대관계였다.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B가 A를 체포할 수도 있었다. 그런 세력들이 민국당에 모였던 것이다.
이질성은 A 안에서도 나타났다. 12·12의 주역인 허화평은 김윤환과 동류인 B로 묶일 수 있지만, A 안의 세 사람은 서로 융화되기도 힘들었다. 재야운동가와 제도권 정치인 사이의 쉽게 극복될 수 없는 이질성이 A 내에 존재했다.
민국당은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급조됐다. 예전 같으면 원수처럼 지냈을 사람들이 호흡을 맞춰볼 틈도 없이 하나의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로 4·13총선에서 얻은 의석은 단 2개다. 그 뒤 민국당은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조직력이 미약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4년 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낙연·이준석 연대를 관찰하면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들이 과연 민국당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적인 연대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공유하기
이낙연-이준석이 DJP 연합? 비슷한 모델 따로 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