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베이라 광장도루강과 루이스 1세 다리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광장이다
오영식
넉넉히 한 달은 살고 싶은 도시 포르투에서 나와 리스본으로 가는데 고속도로가 있어 요금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참을 달려도 도로 위에 차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도로 상태도 아주 좋아서, 오랜만에 운전하는 걸 즐기며 편안하게 달렸다.
한 250km 정도 달리자, 출구가 나왔고 요금을 계산하는데... 약 5만 원 정도가 나왔다. 50km에 약 만원, 우리나라보다 거의 5배 이상 비싼 것 같았다. 그제야 250km를 달리는 동안 왜 도로에 차가 별로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
곧 리스본 시내에 도착해 리스본 대성당으로 갔다. 뒷좌석에 앉은 아들은 아까부터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는데, 주변을 아무리 돌아도 주차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가파른 일방통행 길을 몇 번이나 돌고 돌아 간신히 빈자리에 주차했다.
"태풍아, 조금만 참아 화장실 찾아볼게."
"아빠, 나 쉬 나올 거 같아."
아들 손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녀 간신히 화장실을 찾아 아들을 들여보냈다.
우리 부자는 그동안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항상 주차는 시내 한복판, 관광지 바로 옆에 주차했다. 도시 외곽이나 공원 같은 한적한 곳으로 가면, 파리나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서도 주차할 곳이 많았다. 하지만 그러면 아들이 많이 걸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용감하게도 관광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 차를 주차해야 했다.
도심지 가장 '핫'한 곳에 주차하고 마치 회사의 임원을 모시는 수행 기사처럼 조수석 뒷문을 열면 아들이 내려 조금씩 걷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정말 거대 기업 임원을 모시는 수행원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들에게 최대한 많은 걸 보여주기 위해 나 스스로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리스본 대성당 근처에 내린 우리 부자는 리스본 대지진(1775년) 때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대성당을 둘러봤다.
마치 부산처럼...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 있는 리스본
리스본 대성당은 넓은 광장을 품고 있는 다른 유럽의 성당과는 달리 가파른 언덕 위에 있었고, 바로 옆은 산타루치아와 두 솔 전망대가 있어 리스본 시내와 테주강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아들과 전망대에서 리스본 시내를 내려다보며 에그타르트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