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에 유권적 해석을 구하는 권고적 의견 요청 방법을 제시하는 이장희 교수. 뒤는 관련 발제를 맡은 최지현 교수(우)와 오수성 좌장
장영식
제2 토론 주제인 '간토대학살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이 갖는 의의와 캠페인 방법론- 세계시민운동으로의 발전 가능성' 은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이 발제했다. 김 이사장은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지난해 9월 3일, 도쿄 아라카와 강 둔치에서 6661명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추도제를 지내고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간토대학살이 명백한 제노사이드라면 인류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아야 하고, 그렇다면 또 다른 학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그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예로 들어, 러시아가 키이우에서 남쪽으로 후퇴하면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1만 명 이상을 죽이고 사망자 가운데는 499명의 어린이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이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간토대학살과 다를 바 없는 폭력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이사장은 간토대학살 문제를 유엔인권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그 방법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비롯한 SNS와 영어로 된 전용 홈페이지를 마련, 세계시민들로부터 청원서를 받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정기적인 학술세미나 및 국제 영화제에 출품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한일예술단체의 합동 공연, 간토대학살에 대한 뮤지컬 등을 제작, 국제무대에 올려 문화예술적 측면으로도 세계인의 관심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일본 정부가 간토대학살에 관한 책임을 인정하여 한일 관계가 바로 서고, 나아가 인류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이 지구촌에 견고히 뿌리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에 사과와 사죄를 강요하는 소의를 내세우려는 게 아니며, 일본 정부에게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를 호소하되, 이 일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진정한 세계 평화의 원동력이자 마중물이 될 것"이라면서 발제를 마쳤다.
이어 토론에 나선 <1923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의 저자 민병래 작가는 간토조선인대학살의 뿌리였던 인종주의, 차별과 배제는 여전히 일본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간토대학살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진단하며,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한중일 시민법정을 꾸릴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법정을 통해 국민소송단과 모금활동을 펼쳐나가며 한중일 관련 연구자, 한중일의 추도사업실행위원회 등을 결성, 각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며 활동할 때 씨알재단이 제안한 세계시민운동을 더불어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정숙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번 토론회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매우 뜻깊다"며 "간토대학살 참상의 정확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당위성과 필요성을 다짐하며,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위원회를 설치하는 특별법안'이 통과되도록 여러 의원들과 국회 차원의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토론회의 의의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