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의 만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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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는 공허한 이상이 아니다. 우리 삶에 맞닿을 때 공동체의 운영 원칙으로서 힘이 생긴다. 이 원칙을 현실화시키는 힘은 다양한 계층 간의 만남과 대화에서 나온다. 이러한 계층은 기득권층 뿐만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상에서 분투하는 직장인, 자영업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장애인, 여성, 노인, 아동, 이민자, 저소득층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계층이 어떻게 만날 수 있냐고? 방법은 간단하다. 이들이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재정적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하지만 재정적 부담이 덜한 부유층과 달리 소시민에게는 재정적 지원이 필수다. 구성원이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재정적 자원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경제적 여유를 통해 시간적 여유까지 함께 제공함으로써, 공동선을 향한 참여와 이바지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적 노동을 인정하는 참여소득 그리고 그 너머를 상상하며
사회 기여를 위한 시간과 재정적 여유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은 '참여소득'이다. 기본소득이 모든 이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하여 사회적 최저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라면, 참여소득은 교육 참여, 봉사, 돌봄, 직업 훈련과 같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1990년대 영국 경제학자 앤서니 앳킨슨(Anthony Barnes Atkinson)이 처음 제안한 참여소득은 사회적 기여와 의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록 금액적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참여소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실현되고 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공동선을 위한 회의 참여 시 지급되는 회의참석비(예: 청년네트워크, 주민자치회, 참여예산위원)이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월 30만 원 정도의 '훈련 장려금'과 훈련비가 지급된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정에는 최대 20만 원의 가정양육수당과 최대 70만 원의 부모급여가 제공된다. 사회적 기업・마을기업・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각종 지원금, 일반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공공일자리도 역시 참여소득의 일환이다.
참여소득 제도는 시민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공동선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재정적 여유를 부분적으로나마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현 단계에서 참여소득은 여전히 보조적인 수입원에 불과하다. 마치 봉사활동을 하고 소정의 교통비를 받는 것과 유사하다.
현재의 참여소득제도는 결함도 가지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대부분의 참여소득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료의 행정력에 의해 결정된다. 시민과 공론을 통해 함께 결정한 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이 참여소득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논란도 있고, 또한 참여소득의 존폐가 전적으로 행정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문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