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면 생태마을에서 본 미래

1월 국토학교를 다녀와서

등록 2024.02.01 11:04수정 2024.02.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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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이곳에서 국토학교 1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지나 홍동면 '마을활력소'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되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역사가 60년이 넘었고, 조용하지만 강한 홍동면 생태마을이다. 
 
홍동마을지도 농한기이지만 홍동면 생태마을 곳곳에는 작은 움직임들이 가득했다.
홍동마을지도농한기이지만 홍동면 생태마을 곳곳에는 작은 움직임들이 가득했다.마을활력소
 
'마을활력소'에서 소개를 시작한 사무국장 서경화님은 마을의 세가지 특징을 첫째 마을교육, 둘째, 유기농업, 셋째, 협동조합으로 설명했다. 1958년 풀무학교가 세워진 것이 마을의 첫 씨앗이 되었고, 이후 70년대 정부가 단일벼, 화학농법을 장려하는 와중에 유기농업으로 회귀하였다.

이후 80년대 말부터 대안찾기 시도가 많아지면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운동이 활성화되고 홍동이 그 출발지가 되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운동은 친환경 먹거리와 친환경농부 지원이 주된 활동이었다. 그리고 마을에 요소요소 필요한 것들은 협동조합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 "협동조합의 나이는 그 당시 마을의 필요를 말해줍니다"라는 사무국장님의 말처럼 많은 서비스, 문화활동 등이 협동조합을 통해 마을에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마을 소통, 정보 교류를 위한 조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외부인 유입이 많아졌다. 2010년에는 주민과 주민, 단체와 단체 등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중간단체 '마을활력소'가 만들어졌다. 마을활력소에서는 마을축제, 마을발표회, 협동조합설립지원, 마실이학교 등을 지원하며, 모두 주민 후원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홍동면을 특정한 공동체라고 보기엔 매우 느슨한 면이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내고 참여하는 이유는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관계'이기 때문인데, 협동조합이 느슨하게 이것을 묶어주고 있다. 그리고 외부인들이 오는 것이 그 자체로 홍동면에는 매우 중요한 자원인데, 농사로 먹고 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밖에서 하던 일을 여기서 하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겸업농 비중도 높아졌다.

사무국장의 마을 소개는 '갓골목공실', '풀무학교생협', '씨앗도서관', '밝맑도서관' 등으로 이어졌다. 그중 씨앗도서관은 금창영 농부가 따로 소개를 해주셨다. 씨앗도서관은 2010년 씨앗에 관심을 가지던 사람이 모여 토종씨앗을 공부하다가 2014년 2월에 문을 열었다. 현재 회원은 100여 명으로 씨앗리스트를 보고 원하는 씨앗을 빌려간다고 한다. 매년 10~11월에는 씨앗이야기를 자료화하고 채종포를 운영해 씨앗의 발아를 테스트한다.

현재 씨앗도서관에는 300~400종의 토종 씨앗이 있다. 보통 씨앗을 자원으로 보고 산업화하려 하지만, 이곳 씨앗도서관에서는 60년 이상 농사 지은 씨앗이 가지는 의미를 대대로 물려주자는 의미의 활동을 한다. 씨앗도서관이 유전자원보전센터와 다른 점은 이곳의 씨앗은 냉장고에 들어가서 보전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씨앗이 가진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게 심고 환경에 적응하는 씨앗의 변화가 DNA에 새겨져 변화해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씨앗도서관
씨앗도서관나미연
 
이후에는 홍동면의 첫 씨앗이 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풀무학교)를 견학해보았다. 풀무학교는 80년대 특성화고등학교로 공교육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현재 겨울방학 중이라 학생들이 없었지만 전 학년 기숙학교이다. 한해 약 28명가량 입학을 하는데 그 중 홍동면 아이들이 4~5명이라고 한다.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농사 실습을 하는데 풀무학교가 실습하는 논, 밭, 화훼하우스 등이 주변에 있어서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먹을거리가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무학교에서는 3년이 지난 후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을 졸업생이라 하지 않고 창업생이라고 부른다. 졸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창업생인 것이다.
 
홍동마을 추수가 끝난 실습논 오래간만에 보는 다랑이논이다. 다랑이논은 농업용수 사용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홍동마을 추수가 끝난 실습논오래간만에 보는 다랑이논이다. 다랑이논은 농업용수 사용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이승은
   
 풀무학교 교실에서 본 학생들의 배움 활동
풀무학교 교실에서 본 학생들의 배움 활동이승은
 
저녁식사 이후 풀무학교에서 진행된 1월 국토학교 강의는 홍동면과도 인연이 있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의 '기후위기 시대, 탄소 중립을 향한 세계 동향과 한국 현황'을 들었다. 윤순진 교수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에너지 전환'의 대표를 맡았는데 그때 사무실을 홍성으로 이전하였고, 우리나라 최초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를 건설한 전환의 현장에 자주 와서 회의를 했다고 한다.


강연에서 윤순진 교수는 '기후변화'라는 말의 모호함, 온건함, 친절함이 우리에게 지금의 문제점을 흐리게 한다며,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는 말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협정에서는 2℃를 넘지 않도록 하자고 약속했고,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구온도 상승 1.5℃는 우리가 감당하고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며, 2℃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탄소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최대로 줄이고 남은 탄소는 제거함으로써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도 중요하지만 20년 동안 지구온난화 기여 정도가 이산화탄소의 86배인 메탄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메탄은 가축의 배설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할 때 많이 나온다.

결국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기후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국가의 우선 순위로 추진하는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

윤순진 교수가 지구 구성원들 간의 약속이나 나라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콘센트를 안 쓸 때는 반드시 뽑고, 손수건 사용을 권장하고, 에너지 절약과 효율을 중요하게 언급하는 모습을 보며 여전히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고, 홍동과 같은 마을의 작지만 큰 움직임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윤순진 교수의 강연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 동향과 한국 현황’
윤순진 교수의 강연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 동향과 한국 현황’ 이원영
 
국토학교 둘째 날에는 금창영 농부와 '생태농사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후위기라고는 하지만 내 일상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내 존재와 주변을 돌보기에도 벅차 기후위기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또한 과학과 기술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 탈성장, 탈자본주의, 정의로운 전환, 생태 문명과 같은 거대 담론들은 생활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와닿지 않는다. 또한 스마트팜에서는 쌀, 밀, 보리, 콩, 옥수수와 같은 식량 작물을 심지 않는다. 그리고 생태적 농사를 짓는 소농들은 문제가 되는 것들은 안 하므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어가지만 정부 지원에 해당되는 행위가 없기 때문에 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린다. 결국 이를 보호하기 위한 체제를 농민, 마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같이 한다는 것이 중요하며, 서로를 지지해주는 말과 행동을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창영 농부는 기계도 쓰지 않고, 풀도 뽑지 않는 자연 농업을 위해 농지를 사람들에게 분양해오고 있다. 원하는 면적을 무료로 분양하는데, 단 조건은 10일 동안에 모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각각 다르다는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심한 마음이 지금까지 홍동생태마을을 이어주고 지켜준 힘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홍동면 생태마을을 1박 2일 동안 둘러보고 난 후 과장된 희망이나 잘 될 거야 같은 무조건적인 긍정보다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같이 보듬어주며 손잡고 갈 이웃을 만드는 일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홍동면 풀무학교가 100주년이 됐을 때 아이와 함께 이곳에서 오래전부터 준비한 미래를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우리 마을은 돈을 억수로 들인 건물이나 몇 부농의 특화시설이 없는 대신 고만고만한 소농들이 유기농업과 축산으로 순환농업을 하며 지역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여러 주민 조직이 소리없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도 불 수 있습니다. 작은 씨앗이 한잎 두 잎 자라고 가지가 나서 큰 줄기를 뻗듯, 생각의 씨앗을 키워나가는 농민들이 지역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토학교 1월 프로그램 국토학교 1월 프로그램 웹자보
국토학교 1월 프로그램국토학교 1월 프로그램 웹자보이원영
덧붙이는 글 국토학교는 매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음 프로그램을 확인 및 신청 하실 수 있습니다. 

국토학교 프로그램 및 자료 보러가기
https://cafe.daum.net/earthland (국토미래연구소)
#홍동면 #생태마을 #풀무학교 #국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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