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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르포] "주4일제는 자연스러운 흐름"... '주120시간 노동' 대통령은 침묵중

높아지는 요구에 총선 앞두고 공약 이어져...민주 "4.5일제", 녹색정의 "법제화", 국힘은 외면

등록 2024.03.07 13:22수정 2024.03.0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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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아산 충남글로벌게임센터에 있는 게임 스타트업 '엔돌핀커넥트' 사무실.
충남 아산 충남글로벌게임센터에 있는 게임 스타트업 '엔돌핀커넥트' 사무실.엔돌핀커넥트 제공

#1 "화수목금 근무로 월요병이 없어요." 게임 스타트업 엔돌핀커넥트(충남 아산시 소재)는 지난 2021년 설립 때부터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주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 36시간씩 일한다. 출근 시간은 시차 출근제에 따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다양하다. 회사는 '4일 열심히 일하고 3일 푹 쉬자'는 경영철학에 기반해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자 했다. 

회사가 잘 운영될까 싶지만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집중해서 일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게 엔돌핀커넥트의 설명이다. 실제로 토·일·월 사흘간 이어지는 휴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입사 지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지원자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스타트업 시장에서 엔돌핀커넥트의 채용 공고 경쟁률은 한때 20대 1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주 4일제를 도입한 조용래 엔돌핀커넥트 대표는 "면접을 본 지원자의 70% 이상이 주 4일제를 지원 동기로 꼽았다"며 "게임업계에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 집중적으로 야근과 밤샘 등 고강도 노동을 하는 일)'가 많다 보니 쉬는 날에도 눈치 볼 때가 많은데, 여기는 열심히 일하면 확실하게 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인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이정민
 
#2 서울 '빅5' 대형병원 중 한 곳인 세브란스병원도 지난 2023년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했다.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 일한다. 햇수로 2년째를 맞은 올해엔 지난해(30명)보다 규모를 늘려 신촌·강남세브란스 총 5개 병동에서 50명(상·하반기 각각 25명)의 간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주 4일제 시행 이후 매년 30~40%에 이르던 퇴사율이 0%를 기록하는 등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 '2023 연세의료원 주4일제 시범사업 중간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 4일제에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간호사의 직장생활 만족도(100점 만점)는 50.2점에서 65.0점으로 15점 가까이 늘어났다. '나는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고 답한 점수는 66.7점에서 41.7점으로, '나는 내일 출근하기 싫다'는 73.9점에서 53.3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2019년 당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제안해 노조 합의를 이끌었던 권미경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과 3교대 근무를 버텨내지 못하고 1년도 채 안 돼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부지기수"라며 "세브란스병원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공공성을 띠는 의료 사업장에서 온전한 주 4일제가 시행되려면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직종도 분야도 다르지만,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두 일터는 '주 5일제' 한국 사회에서 선제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사례들이다. 최근 '과로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으로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 4일제 논의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주 4일제 실험은 이외에도 이미 여러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지난 2022년 7월 매주 금요일이 휴무인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도 지난 2월부터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광화문·여의도 직장인 만나보니 "효율적, 애사심 생길 것"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이 되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이 되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복건우
 
<오마이뉴스>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직장인 밀집 지역인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을 취재해 보니, 주 4일제 시행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직장인들이 대다수였다. 다만 일부는 "노동 강도가 높아지지 않겠냐", "월급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우려를 표했다.

광화문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연지(30)씨는 "직장인 입장에서 주 4일제는 너무나 좋은 선택지"라며 "일할 땐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쉴 땐 푹 쉴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늘어나니까 워라밸도 좋아지고 애사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한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는 현예린(27)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두 출근하면 수요일쯤 체력과 함께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중간에 하루 쉴 수 있으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직장에서 물류 쪽 일을 하는 안성준(34)씨도 "주 4일제를 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일을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면서 업무 프로세스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화문 인근 금융회사에서 주 5일제로 일하는 홍동혁(30)씨는 "같은 양의 업무를 하는데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업무 강도가 높아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여행을 다니거나 그밖에 하고 싶은 일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주 4일제로 월급이 줄어든다고 하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등포 한 IT회사에 다니는 현진명(26)씨는 "주 4일제를 하면 무엇보다도 자기계발 시간이 많아질 것 같다. 그동안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캠핑이나 그림, 출사 등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 4일제를 하더라도 회사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야근 등 추가적인 업무를 부여하거나 더 강도 높게 일을 시킨다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의미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연 '주 4일제 네트워크 출범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및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위한 주 4일제 도입을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연 '주 4일제 네트워크 출범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및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위한 주 4일제 도입을 촉구했다.연합뉴스
 
주 4일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지지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3%가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조사(61.4%)보다도 5.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은 1874시간으로, 지난 2022년(1904시간)에 비해 30시간이 줄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연평균 노동시간(2022년 기준 1752시간)과 견주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과로 사회다. 회원국 중에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다섯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양극화 고려해 논의 진행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3월 윤석열 정부의 '주 최장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에 반발해 주 4.5일제를 내세운 바 있다. 제3지대 세력인 새로운선택은 매달 한 주씩 주 4일제를 실시하는 노동개혁안을 지난 1월 내놓았다. 녹색정의당도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 4일제 법제화와 실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주 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마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고, 정부는 주 단위 노동시간을 현행 최대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개편안을 추진하다 '과로사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총선을 앞두고도 주 4일제 시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주 4일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공공부문을 비롯해 지불 능력이 있고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해주고, 주 4일제가 관행으로 정착된다면 이러한 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 및 법제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아닌 영세기업과 중소기업, 프리랜서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 한도를 적용받지 않는데, 이러한 노동시간 양극화의 문제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상당수의 노동 인구가 주 4일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를 함께 고려하면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엔돌핀커넥트 #주4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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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복건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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