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노래부르기노래방에서 아이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가은
아이는 인기곡 차트를 화면으로 열어주었다. 버튼을 누르자 차트가 쭉 열리고 거기서 노래 리스트를 보면서 노래를 선택했다. 요즘은 아무도 노래방에서 책을 보지 않는다. 인기 차트에서 검색할 뿐. 다른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책을 뒤적이면서 노래를 찾아 리모컨으로 입력하던 모습은 그저 과거의 모습일 뿐이었다.
이렇게 신나게 함께 겹치는 노래들을 부르고 나니 부족해서 또다시 돈을 넣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댔다. 매일 싸워대던 모녀가 함께 마이크를 잡고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다니 참으로 오랜만에 평화롭다.
"같이 덕질하던" 엄마로 기억했으면
아쉽게 노래방 시간이 다 끝나고 우리는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
"엄마 이것저것 다 시켜도 돼?"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와~ 엄마랑 나오니까 좋다. 돈 걱정 안 하고 다 시킬 수도 있고."
"그것 봐. 엄마랑 오니까 좋지? 엄마를 그냥 돈 많은 친구라고 생각해."
"오, 좋은 생각인데..."
모녀의 노래방 나들이는 끝이 났다. 아이가 어렸을 땐 모차르트 태교 음악을 들었고, 조금 커서는 뽀로로 동요를,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여자 아이돌들의 노래를 함께 들었는데 이제는 남자 아이돌 음악을 듣는다. 심지어 함께 노래방에도 가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부르다니. 진짜 다 키웠네 하다가 순간 내일도 싸울 생각을 하니 오싹하다.
아이와 자주 싸워도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다 보면 아무래도 대화거리가 늘 것 같아서 헷갈리는 아이돌 멤버들의 이름을 외워보기도 한다.
음악방송을 함께 보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그룹 멤버들의 이름을 아무리 물어봐도 아이는 짜증을 내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외우면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나는 우리 엄마가 똑같은 거 또 물어보면 짜증 날 때가 있는데...' 하며 아이의 장점을 하나 더 찾기도 했다. 으르렁대던 모녀가 유일하게 사이가 좋아지는 순간이다.
아이의 사춘기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이 어느 날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의 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엄마의 모습이 "잔소리꾼의 이미지가 아니라 같이 아이돌 이름 외우고 덕질하던" 그런 엄마로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도 오늘도 싸우고 내일도 싸우겠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일들이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추억으로 남기만을 바랄 뿐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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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아이 엄마인데요, 윤상 아드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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