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교육 현장보호자에게 설명해주는 모습. 반려견 교육은 보호자와 반려견 둘 다를 공감하고 이해시켜줘야 하는 일이다.
최민혁
그렇다. 사실 반려견 훈련사는 보호자와 반려견을 둘 다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다. 반려동물을 귀여워하기만 하는 가벼운 직업은 더더욱 아니다. 특히 교육은 반려견 스스로 신청하는 게 아니고 보호자가 신청하는 것이다. 또 훈련사의 교육은 그대로 반려견에게 전달되는 게 아니라 보호자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보호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훈련사는 꽤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보호자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기보단, 반려견을 교육할 때 그렇듯 보호자에게도 단순히 교육 내용을 주입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파악해야 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보호자 이야기에서 반려견이 변화할 수 있는 힌트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을 알고부터 나는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훈련사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어느샌가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과 서적들은 사람의 정신과 심리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졌다(책으론 <한국인의 정신건강(이후경)>,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오은영)>과 유튜브 채널 '양 브로의 정신세계'가 도움이 많이 됐다.) 그렇게 사람의 심리와 정신에 대해 알아보면서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개들은 이미 현명하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개에 대한 좋지 않은 격언이나 비유가 많다. 이를테면 '개보다 못한 놈', '제 버릇 개 줄까', '개가 웃을 일이다' 같은 말들이다.
사실 10여 년 가까이 훈련사로서 일해온 내 입장에서 이런 말들은 무척 어처구니없는 말이긴 하다. 개는 어떤 면에선 이미 인간보다 한수 위라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다. 개에게도 인간이 배울 점이 있다는 얘기다. 현대인들이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 것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남과의 비교, 사회적 가면의 버거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이런 우울, 불안, 스트레스들을 떨치기 위해서 현대인들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정신의학 진료를 받기도 하고, 운동이나 명상을 하기도 하고, 취미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 과정이 마냥 쉽지는 않고, 그래서 그만큼 관련된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개들도 정신적, 심리적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훈련사 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