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라트산 꼭대기의 수도원에서 내려오는 노란 케이블카
김연순
목이 따끔거리고 코가 막혀 숨쉬기가 어렵다. 입도 바싹 타고 온몸이 쑤신다. 감기 몸살이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며 피로가 쌓여 그런지 며칠 전에도 몸살이 났었다. 가지고 간 약은 다 먹어 이젠 없다. 남편은 아침 일찍 나가 약국을 찾아 감기약을 사 왔다. 우리 돈으로 무려 2만 원. 비싼 약 먹고 좀 쉬어서 괜찮아졌는데 다시 며칠 움직이니 감기가 도진 것 같다. 따끈한 수프를 먹고 오전 내내 누워 쉬었다. 내리 쉴까 하다가 그러기엔 아쉬워 점심 무렵 일어났다. 계획했던 몬세라트에 가기로 했다.
에스파냐 광장 근처 플라사 데 에스파냐역에서 몬세라트행 기차를 탔다. 약 한 시간 걸려 몬세라트 역에 내리니 저 멀리 어마어마한 바위산이 보인다. 기괴한 바위산의 모습은 가이 압도적이다. 그리고 바위산 끝자락에 손톱만큼 작게 수도원이 보인다. 저 수도원까지 올라가는 방법은 케이블카도 있고 산악열차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하며 둘 다 타보기로 했다. 올라갈 땐 케이블카, 내려올 땐 산악열차를 타는 걸로 정하고 편도 티켓을 구매했다. 가격 차이는 별로 없다.
케이블카 역에서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부터 노란 케이블카가 점점 다가온다. 케이블카에 올라 산으로 올라가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저 위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수도원이 점차 가까워 오는데, 설마 줄이 끊어지는 건 아니겠지 살짝 떨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케이블카는 5분 만에 도착했다. 아래에서 본 손톱만 한 수도원은 막상 입구에 들어서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거대하고 기괴한 모양의 커다란 바위산을 배경으로 들어선 건물 하나하나는 세련되면서도 아름답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기암절벽의 바위산, 그 바위산을 배경으로 들어선 수도원은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 있어 그런지 마치 인간의 세상에 속한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