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남쪽 4km 지점에 있는 살모사 바위구룡포에서 열 마리 용이 승천하다 한 마리는 실패했다. 이 얘기와 연계하여 살모사 바위를 용바위, 혹은 이무기나 꽝철이 바위라고 이름 붙였으면 전체 얘기가 완성된다.
이병록
구룡포항에서 12km 북쪽으로는 호미곶이 있는데,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가 '산수비경'에서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였다. 어렸을 때는 토끼 꼬리라 불렀는데, 이제 제 이름을 찾았고, 해 뜨는 곳으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진해에서 출항하여 포항을 들어가려면 구룡포를 지나고, 영일만 쪽으로 방향을 꺾는 곳이 호미곶이다. 과거 배를 타고 지나면서 봤던 호미곶은 넓은 평원이었으나, 올 1월에 가니 마을이 들어서고 있다. 또 호미곶을 지나 영일만 안에 구룡소가 있다. 가히 용호상박이라고 할 수 있는 땅 이름을 가졌다.
구룡포 북쪽은 용호상박 또는 용쟁호투인데 남쪽으로는 용두사미가 된 곳이 있다. 구룡포에서 남쪽 십 리(4km)쯤에 있는 하정리에는 바다로 기어 내려오는 동물 모습의 바위가 있다. 구룡포에서 승천하지 못한 얘기와 연결하여 이름을 붙였으면 훨씬 뜻이 깊을 터인데, 뜬금없이 살모사 바위다. 개구리와 뱀 형상이 함께 있는 곳이라면, 고흥 사도와 바로 앞 와도처럼 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무기, 이시미, 꽝철이, 바리는 용이 되려다 못 된 특별한 능력을 갖춘 뱀으로서, 깊은 물 속에 사는 큰 구렁이로 상상됐다. 대표적으로 이무기는 천 년을 묵으면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고 생각했다.
'용 못 된 이무기 심술만 남더라.', '용 못 된 이무기 방천(둑) 낸다'라는 등의 속담도 있다. 특히 '꽝철이'는 경상도 일대에서 이무기를 부르는 말이다. 살모사 바위를 경상도 말인 '꽝철이 바위'라고 붙였으면 해남의 '짜우락샘'과 같이 재미있는 이름이 되었을 것이다.
열 마리의 용 중에서 승천하지 못한 용을 소재로 이름을 붙이며 구룡과 함께 얘기가 완성된다. 과거에 이 정도 거리는 걸어서 장을 보러 다니는 생활권인데도, 용이나 이무기, 꽝철이 등으로 부르지 않고 살모사라고 하였다.
얘깃거리(스토리텔링 소재)를 스스로 없애버려 아쉬운 생각이 든다. 살모사 바위가 이름을 더 타기 전, 지금이라도 꽝철이 바위나 이무기 바위로 이름을 바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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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서울시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발전연구위원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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