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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운동가 '윤석열 심판' 남기고 별세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상철 상임고문 18일 별세... 20일 고인 추모의 밤

등록 2024.03.19 17:45수정 2024.03.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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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고문
이상철 고문조호진
 
반독재운동을 지원하던 대기업 임원이 열혈 시민운동가로 투신한 이후 30여 년을 비리 사학 개혁과 통일 운동 그리고, 지방 비리 청산에 앞장섰다. 그렇게 불꽃 같은 시민운동으로 생을 바친 88세의 노(盧) 시민운동가가 '윤석열 심판'을 천추의 한으로 남기고 별세했다.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상철 상임고문이 18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지난 4일 뇌출혈로 쓰러진 이 상임고문이 투병 중 운명하면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오전 7시 40분.

경주 이 부잣집 출신 기업 CEO는 왜 반체제 인사가 됐나?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장준하 선생 공원에서 참배하고 있는 이상철 상임고문.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장준하 선생 공원에서 참배하고 있는 이상철 상임고문.조호진
 
경주에서 최 부자 다음으로 큰 부자였던 경주 이 부잣집에서 1935년 출생한 이 상임고문은 20대의 젊은 나이로 부산시체육회 이사 및 태권도-공수도협회장을 지냈고 40대에 벽산그룹 전무이사를 지냈다. 유신 시절, 육해공군 참모총장 출신이 사장으로 낙하하는 '대한종합식품' 전무로 일하다가 박정희 대통령 초상화를 떼어냈다가 해고되면서 불꽃 시민운동가로 출발했다.

이 상임고문이 반체제 인사로 변신한 것은 해직 교수였던 한완상 서울대 교수와 어울리면서였다. 유신 말기였던 1978년 한 교수가 일독을 권유한 리영희-강만길 교수의 저서를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대한종합식품' 전무였던 이 상임고문은 해직된 한완상 교수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한 교수는 임원 대상으로 기업의 윤리와 노동자의 권리 등의 특강을 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초상화를 떼어냈고 사찰하던 형사들에게 걸리면서 '대한종합식품'에서 해직됐다.

롯데축산 영업본부장 겸 이사로 재직하던 1979년 박정희 사망 이후, '대한종합식품'이 다시 와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48세이던 1983년 자동문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을 설립, 롯데월드 등에 납품하는 기업체로 성장시키는 등 50대까지는 중소기업체 CEO를 지냈다.

이 상임고문은 1987년 한완상과 이삼열 등 진보 학자들과 초교파 평신도교회인 '새길교회' 창립에 앞장섰다. 이 교회 선교부장이 된 이 상임고문은 교회 헌금으로 해직교사 후원, 문익환 목사와 단병호 의장, 민청련 사형수 김병곤, 여성노동자회 이영순 등을 후원하면서 사회개혁 및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참여연대 창립 멤버가 된 이 상임고문은 운영위원과 시민로비단장을 맡아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에 나섰다. 그리고, 청강문화산업대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던 1996년 사학비리를 목격하고 6개월 만에 그만두고 공익제보자가 되어 부패사학을 고발했다가 유치장에 갇히는 고초를 겪었다. 당시 김대중 정권에서 '국민회의' 부총재이자 전국구 1번 국회의원이었던 정희경 청강문화산업대 이사장 측이 이 상임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법무부(장관 박상천)가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초유의 공권력을 행사했다.

이런 고초를 겪으면서 비리 사학 개혁 운동에 앞장선 이 상임고문은 사립학교법개정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이 되어 사학비리로 몸살을 앓던 동덕여대를 비롯해 영남대, 경문대, 서일대 등 분쟁사학 개혁에 앞장섰다.


영원한 시민운동가 이상철 선생 추모의 밤
 
 경기도 군포에서 거주하고 있능 이상철 상임고문은 지방비리 청산운동에도 앞장섰다. 오른쪽이 이상철 상임고문.
경기도 군포에서 거주하고 있능 이상철 상임고문은 지방비리 청산운동에도 앞장섰다. 오른쪽이 이상철 상임고문.조호진
 
경기도 군포에 거주하는 이 상임고문은 2012년 '군포시비리진상규명시민대책위원회' 고문이 되어 지방 권력 감시 활동, 2018년부터 현재까지 경기중부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고문, 2019년부터 현재까지 6.15공동선언실천경기중부본부 고문, 2020년 수리아파트 경비노동자 갑질사건 대책 활동을 했다.

부인 이정화 여사는 19일 빈소에서 "(이 상임고문은) 약자에겐 한없이 따뜻한 이웃이었지만 불의한 권력을 보면 참지 못하셨다"면서 "(별세하기 전까지만 해도) 광화문에 가셔서 윤석열 퇴진을 목소리 높여 외치시다가 쓰러지셨다. 4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고 하셨는데 갑작스럽게 별세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영원한 청년 시민운동가 고(故) 이상철 선생 추모의 밤'이 20일(수) 저녁 7시 서울성모병원장례식장 예식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추모의 밤은 경기중부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와 군포시민사회단체협의회, 6.15공동선언실천경기중부본부, 전국비상시국회의, 향린교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통일시민연대, 참여연대, 사학국본 등이 공동 주관한다.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상철상임고문 #별세 #군포시민단체 #경주이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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