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테이 별내 '백개의 학교' 중 뜨개모임
월간 옥이네
아파트 내부에 잘 마련된 공유공간이 공간뿐인 곳으로 남지 않고, 구석구석 제대로 활용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새로운 경제 활동이 창출되기도 한다.
"'고기를 맛있게 굽는 동아리'를 만든 한 분이 계셨어요. 캠핑 가서 고기를 맛있게 굽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아파트 인근 사무실 옥상 건물에서 동아리 수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죠. 이걸 계기로 그분이 인근에 고깃집을 창업하셨어요. 그 실력을 아는 주민들이 이곳의 고객이 돼 지금껏 운영되고 있죠. 이런 걸 보면 사회적 경제의 든든한 배경이 사회적 협동조합 주민공동체가 된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요."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느슨한 공동체 문화가 어떻게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막걸리 빚기 동아리에서 시작해 양조장을 창업하신 분도 계시죠. 막걸리를 너무 좋아하던 한 분이었는데 그분을 중심으로 10~15명의 동아리원이 모여서 강사님을 모시고 막걸리 빚기를 배운거예요. 이후로 막걸리에 더 푹 빠지셔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양조장을 만들고, 여기서 만든 막걸리를 우리 아파트 협동상회에도 납품하고 있어요. 동아리 활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한 거죠."
위스테이 별내가 공유하는 가치
위스테이 별내의 토대가 된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이었다. 중산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8년 민간 아파트를 만들어 공급하는 정책이었는데, 영리 기업이 이득을 독식하는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이 새로운 대안을 낸 것.
뉴스테이 사업이 지닌 장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민간 업체가 이득을 독식하는 부작용을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이 새로운 제안이었다. 민간 건설업체가 건물을 짓고 비영리 조직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아파트 운영을 담당한다면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노력을 통해 시범사업으로 통과되면서 지금의 위스테이 별내와 위스테이 지축 두 곳의 건설이 승인 허가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뉴스테이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그 명칭이 바뀌었고,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여기에 '사회적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이 포함되면서 법적·제도적으로도 자리를 잡게 됐다.
기존 임대주택 주거정책 공급 대상이 취약계층에서 중산층으로 옮겨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가 주거 문제를 고민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위스테이 별내에 관심을 가지고 입주한 주민들 역시 이러한 논의에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민운동과 사회적 경제의 힘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여 지금의 위스테이 별내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위스테이 별내는 기본적으로 8년간 임대로 거주하는 방식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도한 편인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방식을 택하고 '현재를 누리며 살자'는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이 모였죠. 공동체가 지닌 선한 힘을 믿으며, 서로 돕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주택을 마련하는 데 미래 비용을 끌어 투자하고 이자를 감당하는 방식의 삶보다는, 현재 지불 가능한 임대료를 내며 살아가는 방식을 추구한 것이다. 위스테이 별내의 공급가를 살펴보면 전용면적 60·74·84㎡ 세 종류의 주택으로 나뉘어있는데 보증금이 대략 3천만 원~2억 원, 월세가 5만 원~60만 원가량으로 책정돼 주변 시세의 60~8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고자 초기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왜 이런 아파트를 만들고자 하는지, 이러한 아파트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자 하는지를 계속해서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공동체, 마을공동체 등에 관해 토론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작업이 바탕이 됐다. 지금 마련된 카페, 목공실, 책방, 도서관 등 시설은 모두 초창기에 있었던 논의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