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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빛을 찾는 우리의 분투기

[기억은 공간에 스민다]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 이야기

등록 2024.04.02 11:14수정 2024.04.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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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이 자리하고 있다.권동원
 
크리스마스를 앞둔 2022년 12월 23일,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은 저녁 6시 이후부터 시작될 단전을 대비해야 했습니다. 추위보다 걱정되는 것은 어둠이자 적막이었습니다. 누구도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만 같았습니다.

암흑 속으로 가라앉은 이들을 또다시 그렇게 만들 수 없어 LED 양초와 일반 양초를 바리바리 들고 기억공간으로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더 막히는 종로 길바닥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기억공간 활동가 우정,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아래 4.16연대) 활동가 경희와 함께 챙겨온 양초들로 기억공간을 밝혔습니다. 그날부터 기억공간 활동가들의 휴대전화는 오후 5시 30분에 알람이 울립니다.

지방선거 직후 돌변한 서울시의회

어느새 우리는 서울시의회의 '불청객'이 됐습니다. 돌아보면 광장에서 내몰린 기억공간에 자리를 빌려준 게 서울시의회였는데 말이죠. 2021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명목으로 기억공간의 철거를 명령했습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4.16연대·기억공간을 지킨 시민 사이를 중재했습니다. 또한 광화문광장 재조성이 끝나고 다시 돌아갈 터를 찾을 때까지 서울시의회의 자리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시의회 로비에 임시 기억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이후 서울시의회로부터 부지 사용 허가를 받고, 서울시 중구청의 가설 건축물 사용 허가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마침내 서울시의회 앞마당에 6평 남짓한 '기억과 빛'이 자리하게 됐습니다.

이후 서울에 있는 기억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4.16가족협의회가 서울시의회 사무처에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 일주일 후 열린 면담에서 서울시의회는 계약 연장 불가를 결정했습니다. 제11대 서울시의회가 국민의힘 66명, 더불어민주당 36명으로 구성된 직후였습니다.

지극히 정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우리에게 전기 공급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4.16연대는 서울시의회 최호정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서울시 행정국장 면담을 진행했고, 중구청에 '세월호 기억공간 연장 결의안'을 전달하며 분투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지금까지도 새 의회의 결의·결정이 있어야만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부지 소유주인 서울시의회가 이렇게 나오자 중구청의 기한 연장도, 문화재청의 허가도 잇따라 취소됐습니다.


'기억과 빛'을 지우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이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의회는 기억공간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점심시간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의 노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서울시의회는 노래 시위뿐만 아니라 기억문화제, 기자회견 등의 소음을 문제 삼았고, '기억공간 지키기 1인 시위'를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단전이 시작됐고, 범칙금도 부과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월호 기억공간의 이름은 '기억과 빛'입니다. 그렇게 기억을 위해 빛을 밝히려던 게 빚이 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서울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전기를 쓰는 서울시의회의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성공회 성당 전기를 빌려 쓰는 것까지 막는 서울시의회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즈음 광화문광장이 재개장했지만, 서울시는 안전을 이유로 세월호 기억공간뿐만 아니라 그 어떤 조형물이나 설치물도 광장에 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해 연말, 새해를 기념하는 커다란 토끼 모양의 조형물이 광화문광장에 세워졌습니다. 현재 광화문광장은 수많은 조형물과 설치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왜 광장에는 정부 기관의 행사용 설치물이나 기업의 광고용 조형물을 위한 자리는 있는데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을 위한 자리는 없는 걸까요?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현재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서울특별시 공유재산 세월호 기억공간 임시 가설건축물 설치 허가 연장 및 사용료 면제 동의안'에 따른 세월호 기억공간 계약 기간 연장과 사용료 면제, 서울시의회의 변상금 부과 중단과 전기 차단 방침 철회,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 재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지워 참사가 잊혀지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고합니다. 망각이 참사를 없던 일로 만들고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억공간은 우리 바로 옆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기억은 그늘을 드리우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기억과 빛'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오늘도 힘껏 버티고 있습니다. 망각은 기억을 이길 수 없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세월호 기억공간 지키기 시위
세월호 기억공간 지키기 시위혜원
덧붙이는 글 글 혜원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활동가(전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4년 4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기억공간 #사회적참사 #기억과빛 #서울시의회 #기억공간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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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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