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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강국인 일본, 요즘엔 한국 만화가 열풍입니다

"엄마, 만화 주인공이 김치를 먹어"... 아이 말에 들여다본 만화책들

등록 2024.04.04 09:27수정 2024.04.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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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에서 빌려 온 만화의 주인공이 몸에 좋다고 김치를 먹어!" 


일본인들이 언제 김치를 그렇게 좋아했나 싶어 들여다보니, 웬걸, 작가가 한국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만화를 발견했다며 푹 빠져 읽고 있는 아이에게 "그 만화를 그린 분은 엄마와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한국 출판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살아남기 시리즈'가 일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절정이다. 아이의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항상 대여 중이라 빌릴 수가 없단다. 부랴부랴 시립 도서관을 찾아보아도, 예약한 사람들만 이미 수십여 명. 이대로라면 일 년을 기다려도 대여가 힘들겠다. 

결국 대여를 포기하고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갔다. 아동 서적 코너에 가보니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가장 많이 진열된 책이 `살아남기` 시리즈와 `놓지 마 과학` 시리즈다. 둘 다 한국 작가에 의해 창작된 만화였다.
 
a  서점에 진열된 K-학습만화

서점에 진열된 K-학습만화 ⓒ 박은영

 
일본의 초등학생 학부모들에게는 k-pop과 드라마보다 가까운 곳에 한국 학습 만화가 있다. 내 주변 일본인들은 "한국의 학습 만화는 재미있고 구성이 알차다"며 다른 시리즈들도 번역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여러 학습 만화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살아남기' 시리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2008년 판매가 시작된 이래, 일본 국내 누적 판매수가 1400만 부를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 전국 초등학교 아이들 숫자가 600만 명 정도(2024년 3월 기준)인 걸 감안하면 이 시리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된다. 

만화의 인기는 극장으로 이어져 이미 '인체에서 살아남기'와 '심해에서 살아남기' 두 작품이 상영되었고, 텔레비전 만화 시리즈도 제작 중이라고 한다. 심지어 한국에는 없는 일본의 역사 만화 `살아남기` 시리즈도 출판되어 있다.


일본 생활 15년 차, 느껴지는 격세지감
 
a  서바이벌 시리즈. 유명 방송인들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서바이벌 시리즈. 유명 방송인들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 일본 공식 홈페이지

 
자타공인 만화 강국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만화의 열풍. 괜스레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올해 들어 일본 생활 15년 차. 아마 예전 같으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한국인이 그린 만화'라면 선입견을 갖는 부모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내 주변 일본인들의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자부심과 일종의 편향은 강하고 뿌리 깊어 보였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겨울연가와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부모와 함께 한국 문화를 소비하던 그 시절 아이들이 어느덧 학부모가 되었다. 그들은 한국인 작가의 만화도 편견 없이 집어 아이들 손에 쥐어준다. 오히려 한국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 아이와 함께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교과서보다 학습 만화를 더 오래, 더 자주 보는 우리 아이를 보며 한국의 좋은 서적들이 더 많이, 더 널리 소개되기를 바라본다. 그중에는 다소 민감할 수 있겠지만 '일제 침략기의 역사'를 균형 있게 다룬 책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책을 우리 아이는 물론 일본의 많은 아이들이 읽어주기를. 새 책을 손에 들고 기뻐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그런 날이 오기를 마음으로 바라본다.
#학습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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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두껍게 할 글쓰기를 꿈꿉니다. Matthew 22: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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