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 영결식장에서 '영원한 아웃사이더, 고 홍세화 시민사회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추모시를 쓰고 읽은 송경동 시인이 "제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동지들 뜻에 따라 시민사회 추모제에서 추모시를 쓰고 읽게 되었다"라며 시 전문을 보내와 아래에 싣습니다(관련 기사: "겸손한 어른 되겠습니다"… '전사' 홍세화의 마지막, 엉엉 운 시민들 https://omn.kr/28efl ). - 편집자 말 큰사진보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한 시민이 18일 타계한 고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을 조문하고 있다.김성욱 <이성과 사랑, 그 고귀함에 대하여> - 홍세화 선생님 영전에 당신이 마지막 남기고 가신 말 '겸손'을 되새깁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빨리 오지 않더라도 절망하거나 훼절하지 않고 겸손하겠습니다 왜냐면, 이 나쁜 세상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견디며 살아가야하는 모든 소박한 이들의 삶이 우리에겐 더 소중하니까요 당신이 그토록 미워했던 부패하고 썩어가는 인간들 앞에서도 겸손하겠습니다 왜냐면, 그들의 이른 주검이 새로운 시대의 싹들이 자라날 좋은 토양과 거름이 될 거니까요 큰사진보기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 영결식장 '영원한 아웃사이더, 고 홍세화 시민사회 추모제'가 열렸다. 송경동 시인이 추모시를 읽고 있다.김성욱 겸손이 특권이 되지 않도록 겸손이 무슨 권위나 식견이나 자랑이 되지 않도록 겸손이 온갖 공모와 협잡의 안온한 밀실이 되지 않도록 겸손이 행동하지 않음의 핑계가 되지 않도록 겸손 앞에서도 겸손하겠습니다 끝까지 소년 척탄병으로 남아 어떤 야만의 땅에도 끝내 뿌리내릴 수 없었던 외로운 난민으로 남아 약자와 소수자와 빼앗긴 자들의 스피커로 남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한 한 알의 씨앗으로 남아 그렇게, 끝까지 추해지지 않은 어른으로 남아 준 당신을 따라 우리는 어떤 주체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지 어떤 관계의 회복과 성숙과 연대를 실현해 나가야 할지 어떤 사랑과 불관용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지도 잘 되새기겠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소년처럼 내내 해맑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수줍고 선하고 참할 수가 있었을까 어제는 한강변 가로수 잎들 사이에서 당신이 웃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작업복을 입고 일터로 가고 있는 씩씩한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끼어 웃고 있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쌩하니 지나가는 무심한 청년에게서 당신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이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서로 연대하며 어울려 살기를 바라던 한 인간" 당신의 고난에 빚지며 한국의 근대가 조금은 부끄럽지 않아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수줍고 겸손한 미소에 기대 한국의 오늘이 조금은 근사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부단한 학습과 질문을 따라 읽으며 이 사회가 조금은 눈귀 밝아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지 잘 가십시오. 선생님 큰사진보기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 영결식장 '영원한 아웃사이더, 고 홍세화 시민사회 추모제'가 열렸다.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 모습.김성욱 큰사진보기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한 시민이 18일 타계한 고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을 조문하고 있다.김성욱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홍세화 #송경동 #추모시 #겸손 추천16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송경동 (umokin) 내방 구독하기 시인, 시민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무지하거나 악한 대통령에 대한 딱딱한 시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AD AD AD 인기기사 1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2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3 서울중앙지검 4차장 "내가 탄핵되면, 이재명 사건 대응 어렵다" 4 32살 '군포 청년'의 죽음... 대한민국이 참 부끄럽습니다 5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홍세화 선생님 영전에... "겸손 앞에서도 겸손하겠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서울중앙지검 4차장 "내가 탄핵되면, 이재명 사건 대응 어렵다" 32살 '군포 청년'의 죽음... 대한민국이 참 부끄럽습니다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최초 지역건의 원주천댐, 준공하자마자 20억 운영비 논란 [단독] 전직 부장판사가 방문·전화해 자료요청, 법원 자료 유출 전말 박정훈 대령 최후진술 "채 해병과 약속 지키게 해달라" 천막 탈의하는 여자선수들이 충격? 더한 것도 있습니다 "'4만 전자' 해결책이 근로시간 늘리기?" 삼성직원의 쓴웃음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