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손수 싼 김밥
배은설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신랑이 나를 그만큼 사랑해서 손수 김밥을 싸주는 줄 았았다. 그런데 결혼한 뒤 언젠가 무심코 하는 이야기가, 김밥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라나 뭐라나.
엄마의 작고 귀여운 김밥
신랑도 그렇지만 나 역시도 김밥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아마도 어린 시절 엄마가 싸준 김밥이 맛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엄마는 사실 요리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몇몇 요리만큼은 지금도 사무치게 그리울 만큼 맛있게 만드셨다. 오므라이스, 고등어조림이 그랬다. 또 김밥이 그랬다.
엄마의 김밥은 일단 크기가 작고 오밀조밀 귀여웠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어린 자식들이 맛있다고 급하게 마구 먹다가 체하기 쉬운 음식이 김밥이라서 그렇게 만드셨던 게 아닐까 싶다.
훗날 커서 직접 김밥을 만들어보고서야 알았는데,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김밥을 작게 만든다는 건, 재료들도 그만큼 작게 손질해야 하는 거라 손이 더 많이 가는 거였다. 그만큼 정성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김밥이 맛있지 않을 리 없었다.
특히나 김밥은 보통 운동회날이거나 어딘가로 놀러갈 때 먹는 음식인 덕분에 설렘을 동반하는 음식이다. 한 입에 쏙쏙 들어가는 그때 그 시절의 엄마 김밥은, 이제는 다시는 먹을 수 없어서 더 그리운 음식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 들어버린 내가 엄마의 작은 김밥을 떠올리듯, 나의 아들은 언젠가 아빠 김밥을 떠올리겠지. 내 인생에 김밥 같은 음식을 한 두 개쯤 마음 속에 담고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다.
점점 더 따뜻해지는 요즘, 어딜 가도 좋을 5월이다. 그럼 또 봄소풍을 떠나야지. 색색깔 곱고 맛도 좋은 그것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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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여행하며 자주 글자를 적습니다.
<그때, 거기, 당신>, <어쩜, 너야말로 꽃 같다> 란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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