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립 동화작가는 아기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관식
정이립 동화작가는 반듯하고 쾌활했다.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탄탄한 내공을 갖기까지 출산, 육아, 경력 단절 등 그에게도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고단한 수고로움이었다.
그래도 정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길가에 버려진 자전거처럼 동화를 쓰겠다는 꿈을 팽개칠 수는 없었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엄마는 포기한 사람'이라는 미안한 마음도 갖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오기와 노력 탓에 아이와 엄마라는 2개의 독자층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계에서 정 작가는 8권의 작품을 선보인 생존(?)한 중견 작가가 됐다.
정 작가는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도 작품을 쓰고, 아이들과 만나겠다고 했다. 벅찬 성취감 만큼이나 실패의 순간도 많은 것이 동화를 쓰는 작업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기에 은퇴는 아주 먼 훗날에나 생각해 보겠다며 웃었다.
고향 서산을 찾은 정이립 작가와 동화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동화 작가의 삶 매력적일 것 같다.
"일단 동화작가의 삶은 좋습니다. 아이들이 좋기 때문이죠. 먼저 제가 동화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부터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되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읽게 된 동화가 제게 새로운 꿈을 꾸게 했어요.
둘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에 빠져 있을 때 친구의 소개로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 가서 함께 동화를 읽었습니다. 모임에 나가 동화를 읽으면서 산후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꿈도 꾸게 되었죠. 그때 읽은 동화들은 정말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동화 읽기가 쌓여가면서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스며들었고,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었을 때는 쓰고 싶다는 마음이 확실하게 생겼어요.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동동거리고 있을 때, 동화 쓰는 모임이 다음 카페에 있다는 소개를 받고 그 카페에서 만난 글 벗들과 동화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서산 생활을 접고 경기도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히 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익혔습니다.
세상이 변해도 어린이들만큼은 여전히 순수하고 정의로워요.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알지요. 그런 어린이들이 제게 이야기가 재밌다, 좋다는 말을 전해줘요. 어린이들은 어떤 사심도 없고 대가도 없어요. 오직 마음을 나눌 뿐이지요. 그런 순간들이 기쁨이고,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