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도봉구 서울창림초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교문 바로 옆엔 카센터가 붙어 있다.
박수림
지난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창림초등학교 교문 사거리 앞 횡단보도. 10m 남짓 되는 비좁은 도로를 건너려고 알록달록한 색깔의 가방을 멘 초등학생들이 학부모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교문 앞에 다다르니 바로 왼편에 카센터가 있었고, 학생들이 통학하는 와중에도 차량 몇 대가 이곳을 오갔다. 통학 환경이 이렇다 보니 학교 소속 보안관과 녹색어머니회, 도봉시니어클럽(도봉구 어르신 일자리) 회원 10명 이상이 매일 등하교 시간에 맞춰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장·교감까지 매일 교문 앞에 나와 학생들을 살피는 형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등하굣길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이분들 덕에 겨우 교통사고를 막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1993년 생긴 카센터, 2000년 생긴 학교
카센터와 맞닿은 초등학교를 두고 안전을 우려하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구청이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학생들의 '위험한 등교'가 이어지고 있다.
도봉구에서 가장 많은 학생수를 보유한 서울창림초등학교는 2000년 11월 생겼다. 1993년부터 영업해 온 해당 카센터는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생기자 건물·부지의 매입을 서울북부교육청에 요청했지만,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20년 넘게 영업을 이어가던 중 2022년 도봉구청 카센터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며 해당 공간을 '공공공지'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카센터는 도봉구청에 대토(토지를 강제 수용할때 토지로 보상하는 것)를 요구했으나, 이 역시 거절당했다.
카센터는 도봉구청을 상대로 해당 도시계획을 중지·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도봉구청의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 진행 중 학부모들과 카센터는 '교문 위치를 변경하자'는 대책도 제시했으나 마땅한 임시 대응도 없는 상태다.
지난 3일 등굣길에서 만난 학교 녹색어머니회 대표 박아무개씨는 학생들이 등교를 마치는 오전 9시까지 계속해서 "얘들아 친구 밀면 안돼. 사고 날 수도 있어. 큰일 나"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빨간색 안내봉을 든 보안관들도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이들은 "등하교 시간대에 카센터 측에서도 조심하긴 하지만 그 시간에 트럭이나 화물차가 카센터로 들어가기도 해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를 비롯해 <오마이뉴스>와 만난 학부모 8명은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청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지금까지 등하굣길에 큰 사고가 없었던 건 학교 선생님들과 녹색어머니회 등이 매일 교통지도를 하며 버티기 때문"이라며 "이 사람들 다 빠지면 사고 한 번 날 거다. 도봉구청은 정말로 사고가 나야지 조치를 취할 건가"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오전 8시 50분께, 아이들이 한참 등교 중이었지만 카센터로 하얀색 냉동탑차가 들어갔다. 카센터 측은 "(등교 시간에 입차하는 차는) 대부분 처음 오는 손님들"이라며 "자주 오는 단골들에게는 아이들 등교 시간을 피해 오전 9시 이후에 방문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과거에 교문 위치를 카센터로부터 멀리 옮겨보는 건 어떻겠냐는 의견도 여러 번 제기했지만 '안 된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구청은)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실제 지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카센터 측 "이제 와서 나가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