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는 기자의 부모님
임병도
최근 본가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봤습니다. 보행자 신호등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지만, 어머니는 횡단보도의 반에도 미처 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들이 천천히 느리게 건너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노인들은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도 횡단보도를 건너가지 않습니다. 속으로 "빨리 좀 가시지"라며 짜증을 냅니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왜 노인들이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지 못하는 줄 깨달았습니다. 무릎이 안 좋아 걷기가 불편한 어머니는 빨리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부모님께 전화를 하면 종종 TV 소리가 너무 커서 통화 자체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아들인 저는 매번 그러니 제발 TV소리 좀 줄이라고 화를 냅니다.
언젠가는 본가에 갔을 때 TV리모컨의 볼륨을 아예 작게 줄여놨습니다. 얼마 뒤에 전화를 했더니 배경으로 들리는 TV 소리는 여전히 컸습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소리가 작으면 잘 안 들린답니다.
더구나 아버지께 전화를 하면 잘 받지 않습니다. 거의 두 번의 한 번 꼴이길래, 언젠가는 대체 왜 전화를 안 받으시냐고 짜증을 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전화벨이 계속 울려도 받지 않는, 소위 말하는 '민폐 노인'은 아닐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집에 가서 보니, 아버지는 전화벨이 울려도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벨소리를 잘 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가 귀가 안 들려서인지 그제사 깨달았습니다.
쉽게 비난했던 행동들... 알고 보니 신체 저하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