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날에 찍은 도리
김보빈
우리 집에서 가장 애교 많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건 다름 아닌 반려견 '도리'이다. 도리는 3개월 뒤면 벌써 일곱 살이 된다. 7년 동안 같이 살면서 나는 도리에게 완벽한 주인이었을까? 도리는 우리 가족에게 선물 같은 존재이지만, 도리에게도 우리가 선물 같은 존재였을까?
도리와 우리 가족이 함께한 약 7년의 이야기, 그리고 그동안의 나의 행동을 반성하는 시간을 여기에 남기려 한다.
첫 만남
2017년 10월 27일,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극도로 반대하던 할머니께서 유럽 여행을 가신 날 중 하루였다. 중학교 1학년인 나는 어린 마음에 언니, 오빠와 함께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랐다. 아빠 차를 타고 펫샵으로 가는 도중 아빠는 "강아지는 절대 못 데려온다", "그냥 보기만 하고 오는 거다"라고 했다. 때문에 우리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 아이로 바로 분양할게요."
아빠가 지금의 도리를 보자마자 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태어난 지 2개월 된 도리를 바로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고 티브이를 좋아하던 아빠는 자고 있던 도리가 깰까 소리도 줄이며 도리만 바라봤다. 우리 삼 남매는 매일같이 강아지를 빨리 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온 뒤 하루 종일 옆에 있었다.
여기서 첫 번째로 반성하는 점이 있다. 어릴 때는 자세한 강아지 분양 방법을 모르고 무작정 펫샵으로만 달려갔다.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펫샵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은 것을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펫샵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도리를 만나지 못하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펫샵에서 도리를 데려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펫샵이 아닌 유기견을 분양하기를 권하고 싶다. 동물보호단체만 온라인에서 검색해 봐도 금방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매일 강아지 산책시키고 똥 치우고 밥도 줄게~"
우리 삼 남매가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다른 가족들을 설득할 때 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일들은 다 할머니가 하고 계신다. 짐승이 싫다고 질색하던 우리 할머니는 지금 도리랑 매일 같이 자고, 매일 동네 산책을 함께 한다.
어쩌면 나에게 도리가 너무 당연해진 걸까? 학교에 다녀오면 힘들다고 놀아달라는 도리를 외면하고, 어쩌다 집에 있을 때는 쉬고 싶다고 안 놀아준다. 더구나 나는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 도리를 만지고 나면 재채기와 피부가 간지럽다. 가끔 일어나는 증상인데도 이것을 핑계로 도리를 놀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도리에 대한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