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2년 동안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다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21세 수현씨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올림
하지만 회사에서 쓰러진 후 무급으로 4개월 동안 힘든 항암치료를 받던 이씨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와 '퇴학처분'이었다. 이씨 아버지는 "아이 치료에 정신없던 시간내내 사장 뿐 아니라 회사쪽 관계자 누구 한 명 찾아오지 않았다"면서 "'퇴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회사에서 강제로 고용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해고 사실도 뒤늦게 건강보험이 해지됐다는 통보를 받은 후에 알았다. 그는 또 "영진전문대도 힘든 투병중인 아이에게 3개월 만에 퇴학 처분을 내렸다"면서 "일과 공부를 함께할 수 있다고 선전해서 아이들을 뽑아놓고, 이제와서 가차없이 내버려졌다"고 전했다. 영진전문대는 수현씨가 2년 과정인 '일학습병행 과정'을 이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퇴학 처분을 내렸다가, 이후 자퇴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환경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17일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취소와 함께 산재보험 요양 등을 해당 지방 근로복지공단과 노동관청 등에 제기했다. 이같은 이씨의 사연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뒤늦게 회사도 움직였다. 회사 대표이사와 공장책임자가 이씨 가족에게 연락을 해 와, 지난달 22일 부산에서 첫 번째 공식 만남을 가졌던 것.
이 자리에서 케이엠텍 사장 등 회사쪽 관계자는 진솔한 사과 대신, '현장 공기 질은 깨끗하다', '백혈병이 심각한지 몰랐다', '피해자가 아니다' 등 변명과 무책임한 발언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아버지는 "기자회견이 있은 후에 회사쪽에서 연락와 2시간여 동안 만났다"면서 "사장은 '우리 직원들 혈압과 당뇨 등 건강을 챙기고 있다'면서 정작 아이 백혈병에 대해선 '보고 안 받았다', '피해자라는 말을 쓰지마라, 산재가 아니다'라는 말만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백혈병 책임은 부모', '국회가서 법 바꾸라'는 회사대표 말에 가슴 미어져"
이어 회사대표는 치료비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백혈병 걸린 1차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국회 가서 법을 바꾸라'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괴감마저 들었다"면서 "그 자리에서 회사 대표의 진솔한 사과와 함께 부당해고 철회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이씨 사연이 알려진 후, 국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잇달아 비판 성명을 내고 있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대구경북지역 27개 단체는 지난 9일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케이엠텍에서 2년간 '갤럭시' 조립 노동의 결과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 강제퇴사, 퇴학이라니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라며, 강제퇴사와 퇴학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협력업체 행동규범을 강조해왔던 삼성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책임져야 한다"면서 "행동규범대로 케이엠텍의 노동현장과 반인권적인 대응을 조사하여 시정하고, 백혈병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 아버지는 다시 길거리에 나선다. 14일 오전 구미시 케이엠텍 회사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억울한 아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에 앞서 기자에게 수화기 너머로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아이가) 지난달에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어요. 여전히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고, 국물 위주로 2끼 정도로 간신히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감염 우려 때문에 외부인 뿐 아니라 가족인 우리도 접촉이 쉽지 않아요. 오로지 일과 공부 밖에 모르던 스무 살 건강한 청년이 갑자기 백혈병이 걸렸는데, 회사와 학교 등은 그냥 방치해 버렸잖아요.
2024년 우리나라 현실이라는 믿기지 않지만, 이제라도 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습니다. 아이 치료 뿐 아니라 해고 등도 철회해 주시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세워달라는 것 뿐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8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공유하기
"'백혈병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회사 말에 가슴 미어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