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다종다양한 품목을 들여놓는 걸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변해왔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더 강해졌지만 업종별 차등적용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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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너무 많다
인터뷰이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이유는 시간 활용이 좋다는 점이다. 20대 청년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오전에 할 수 있는 알바를 하고 싶었는데, 편의점 말고는 잘 없었"(A,B)고, D씨는 낮에는 다른 일을 하지만,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밤 12시 이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편의점이기도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노동자의 편의를 잘 봐주는 점주라면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공부도 할 수 있고, 시간대에 따라 업무 강도도 높지 않은 장점이 있다. 편의점이 많다 보니 집이나 학교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어 학생이나 정식 일자리에 취업하기 전 사회 초년생이나 중장년 일자리로 쉽게 선택할 수 있다.
편의점의 공통된 업무는 손님응대, 상품판매 및 계산, 청소, 배송받은 상품을 검수하고 빠진 것이 있을 때마다 채워넣는 일이다.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을 체크하고 관리해야 하고, 마칠 때는 시재가 맞는지 점검해야 한다. 만일 재고나 시재에서 차이가 나면 그 돈을 자비로 채워넣기도 한다. 담배나 술 등 미성년자 판매금지 물품을 사는 고객에 대한 신분증 검사도 해야 하는데, 때론 모르고 미성년자에게 팔았다가 신고를 당하는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편의점들이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내놓고, 1+1 등의 마케팅으로 저렴한 가격과 신선식품을 다양하게 내면서 동네 슈퍼는 점점 사라지고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어느 편의점의 경우 2023년 신선식품 950여 종, 생활용품 1000여 종, 냉장·냉동 간편식 470여 종의 제품이 있다고 한다. 다품종 소량으로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진열하고 점검해야 할 가짓수가 많은데, 시간대별로 일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A씨의 오전 근무 일과를 따라가 보자.
"일단 난 오전 근무라서 문을 내가 열었어. 그리고 밤사이 온 물자들을 들여놓고 포스기를 켜서 금액 맞추고. 또 우리 경우는 커피 기계가 있었어. 그 커피 기계 켜고 밑에 물 갈아줘야 해. 그리고 물자 들어온 거 진열하고 가게를 한 바퀴 싹 돌면서 물품 다 채워져 있는지 봐. 그리고 12시쯤 되면 삼각김밥이나 햄버거 같은 거 유통기간 지난 거 있잖아. 폐기해야 하는 물품들 수시로 확인해서 빼놔야 해. 그런 것들도 다 바코드를 찍고 버려야 하거든.
그러다 보면 또 시간대별로 물건들이 와. 그러면 수량 확인하고 물건 빼고. 또 창고에 항상 박스들이 쌓여 있거든. 그 물건 빠지는 것들 확인하면서 채워서 넣어주고. 중간중간 손님 오면 계산해 주고. 어떤 경우는 치킨을 팔았어. 그래서 치킨 튀겨야 해. 치킨 튀기고 있을 때 손님 오면 진짜 난감했어.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팔았어. 아 그것도 진짜 짜증 났는데(웃음). M사에서 발주되는 우유들이 있어. 그 우유들을 기계에 넣고 돌려서 나오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파는 거야. 남는 찌꺼기들 청소해야 하고 우유 비린내가 나서 좀 힘들었지. 그리고 밀크티도 팔아서 그 제조 방법 따라서 만들어 주기도 했어."
편의점 업무는 일률적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업체, 근무시간, 편의점이 위치한 장소-동네인지, 경기장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지- 뿐만 아니라 점주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교통카드 충전, 택배, 복권 등 물건 판매 외 편의점을 찾게 만드는 생활복합기능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각기 다른 업무는 편의점을 일자리로 선택한 이유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탁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과 협업을 맺고 민원문서 출력서비스를 도입해 시범운영하는 곳도 있다. 업체마다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계속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숙달해야 할 업무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