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이스라엘 공군기의 폭격을 받은 마얄리에(Maaliyeh) 마을은 동명부대 주둔지에서 5km가량 떨어져 있다.
제보자 제공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부대장이 민군작전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직접 주민들을 만나 진료를 해야 하는 의무대 군의관들은 우려가 컸다고 한다. 동명부대 주둔지인 티레(Tyre)에서 약 2.7km 떨어진 테라 디바(Tayr Debba) 마을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제2인자 이마드 무그니예(Imad Mughniyeh)의 고향이자 헤즈볼라의 근거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동명부대장은 군의관들에게 주 1회 테라 디바 마을로 가서 대민 진료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군의관들이 느끼기에 현지 정세는 점점 더 악화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소식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별다른 정보나 신변 보호조치 없이 현지인 마을로 나가서 진료하라는 지시가 목숨에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는 것이다.
군의관들이 가장 불안해 한 점은 이스라엘의 공습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공군기들은 자주 동명부대 상공을 저공 비행하면서 플레어(열추적 미사일 회피용 섬광탄)나 기관포 사격을 했다는 것이 복수의 부대원 증언이다. 한 부대원은 민군 작전 재개를 결정하기 직전인 지난 2월에만 7일, 11일, 14일, 21일 이스라엘 전투기의 위협 비행과 기관포 사격으로 부대원들이 방공호로 대피했다고 기록했다. 공습경보 발령에 따른 대피와 해제, 다시 대피가 반복된 날도 있었다. 제보자들은 공습경보는 거의 이스라엘군의 폭탄이 떨어진 후에야 발령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부대장은 작전 보안을 강조하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불안해하는 군의관들에게 '한국으로 보내버리겠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외 진료는 위험하다고 호소하는 군의관들에게 부대장은 자신의 국가정보원 파견 경력을 내세우며 '군사경찰에 지시해서 먼지 털 듯 조사를 시키겠다' '한국으로 보내버리겠다'며 지시를 따를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부대장은 영외 진료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군의관 중 한 사람을 지목해 다른 부대원들 앞에서 '비겁자'라고 수차례 비난했다고 한다. 단순한 비난에만 그치지 않고 부대장은 이 군의관을 부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군의관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 군의관은 '내가 죽어야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 같다', '자살하고 싶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걱정이 된 동료 부대원이 지난 5월초 국방부가 군 장병들의 고충 상담과 신고를 위해 운영하는 '국방헬프콜'에 두 차례 신고했다. 하지만 부대장은 당사자와 형식적인 면담만 했을 뿐 오히려 이런 내용을 일체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