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이지만 아직 떨어지진 않았어, 소재원
프롤로그
<벼랑 끝이지만 아직 떨어지진 않았어>, 최근 나온 이 책의 작가는 스펙(?)이 조금 더 화려하다. 지독한 가난은 물론, 늘 냄새나는 옷과 사이즈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었던 어린 시절 그는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저자의 엄마는 삶을 비관하며 장애인 남편과 아들을 버렸다. 대학을 갈 형편이 못 된 그는 모아둔 비상금으로 작가의 꿈을 안은 채 상경길에 오르지만, 사기로 전재산을 잃으며 졸지에 노숙생활을 하게 된다.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던 시절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사장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가 여러 차례 얻어맞기도 한다.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지금껏 까치발을 들거나 달리기를 하지 못한다고. 한쪽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정밀 검사가 필요했지만, 당시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그는 결국 시각장애인이 된다.
일인칭 가난의 저자의 말투가 건조하고 사실적인데 반해 이 책의 작가는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따뜻하고 애정이 넘치는 화법을 구사한다. 'ㅇㅇㅇ에게'라는 식의 편지글의 형태는 읽는 내내 잔잔한 위로와 친근감을 더해주었다. 비록 많이 힘들더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한결같은 희망과 따뜻함의 시선이 느껴진다.
문체와 스타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 불행해 보일법한 이들의 시선이 죽음이 아닌 삶을 향한다는 게 아닐까.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겉으로는 멀쩡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나도 속으로는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눈에 띄게 나빠지는 몸상태는 삶에 대한 의욕을 쭉쭉 떨어뜨린다.
업무 스트레스는 진즉에 극에 달했다. 가장인 나의 어두운 기운으로 인해 온 집안이 침울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언제나 아빠가 힘들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저마다 삶의 힘든 이유가 다르듯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 운동을 하는 사람, 술담배로 이겨내는 사람, 종교로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버텨낸다. 문제는, 삶의 어려움은 예상할 수 없을뿐더러 끝이 없다는 데 있다. 고난과 고통은 우리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다.
이럴 땐 몸을 움직이거나, 때론 책을 읽는 것도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험난한 상황에 놓여있었지만,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내게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아직 죽기는 일러요. 살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나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