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도정 스님이 '무속 의존, 팬덤·혐오 정치는 왜 일어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마산YMCA
"정권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 팬덤은 정치적 일관성이 없고, 정책의 통일성이 없고, 민족의 자긍심이 없고, 외세에 의존적인 나약하고 겁 많은 이들의 유일한 탈출구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독재를 추앙하는 표현이, 자신들을 태동시킨 정권과 보수언론이 만들어 씌운 '보수단체'나 '보수우파'라는 이름이다. 보수라는 가면을 쓰고 지리멸렬한 허울로 자신들을 스스로 속이는 것이다."
책 <누워서 피는 꽃>, <향수해>, <사랑하는 벗에게>을 펴내고 시를 쓰는 대한불교 조계종 도정사 주지 도정 스님이 28일 아침 마산YMCA '아침논단'에서 '무속 의존, 팬덤‧혐오정치는 왜 일어나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팬덤(fandom)은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무리'를 말한다. 도정 스님은 '팬덤정치'를 "특정 인물이나 그룹, 또는 이슈를 중심으로 형성된 팬들의 정치적 견해나 행동", '정치팬덤'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확산시킨다"라며 구분했다.
먼저 "세상이란 곳은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행태의 삶이 있어 아름다운 곳이란 생각으로 용납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한 도정 스님은 "화엄(華嚴)이란 '꽃으로 장식했다'는 의미다. 갖가지 모양과 갖가지 향기의 꽃으로 장식됐다고 하여 세상을 잡화엄(雜華嚴)이라고도 한다"라는 말부터 했다.
'다름'에 대해, 스님은 "남들과 다르면 눈치를 받고,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면 제제를 당하고, 남들과 다른 철학과 사상을 가진다는 것은 안기부나 경찰에 잡혀가는 일이 되며, 남들과 다른 세상을 꿈꾸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라면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거나 '튀는 짓 하지 말고 남들에게 맞춰 살아라'고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획일화된 세상, 획일화시키는 이념, 획일화 시키는 정치가 독재정치며, 전체주의정치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제 안다. 우리의 형제와 친구들이 피 흘리며 싸워서 쟁취한 지금의 민주주의 세상이 너와 내가 다름을 용납하는 세상이며, 그 다름을 공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란 것을 말이다"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고 머무르지 않는다. 머물러 있는 청춘이 없는 것처럼 우리 각자가 믿고 있는 이념이나 사상, 정치적 견해, 옳다고 믿는 가치관도 세월이 지나면 변괴되고 바뀌며 새롭게 재탄생한다. 지금의 정권도 바뀔 것이고, 지금의 정치구도 역시 바뀔 것이며, 지금의 언론도 그 정치적 입장과 성향이 바뀌며 바뀌어가고 있다. 어제의 보수가 내일은 진보가 될 수도 있으며, 어제의 진보 또는 개혁이 오늘과 내일은 보수가 되어 더 좋은 세상을 추구하는 민주시민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팬덤, 혐오의 정치는 왜 일어나는가"
승려 시인인 도정 스님은 "어떤 분이 시를 잘 쓰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고 애쓰지 말라. 사물이 내게 하려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고 말해 주었다"라며 '공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치팬덤의 발생과 발전현상에 대해 '공감'이라는 단어만큼 중요하고도 깊게 관련된 주제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팬덤은 정치인들이 개인적인 카리스마와 강력한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정 스님은 "사람들이 정치인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고, 그들의 리더십과 비전에 열광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도정 스님은 "정치팬덤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참여와 시민 교육을 촉진하는 방향성을 고려해야 하고, 건전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고려해야 하며, 팬덤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한다면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적인 정치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팬덤, 혐오의 정치는 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도정 스님은 "정치팬덤은 과거에 정치와 정책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정책 소외층으로서의 국민, 기존의 수동적 정보 소비자로서의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 이슈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상을 촉발시켰다"라고 했다.
"정치팬덤은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팬덤층을 자발적이며 자생적으로 탄생시키고, 그 온라인 팬덤층이 오프라인 활동성을 강화하면서,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의 선거 활동과 투표에도 영향력을 끼칠 뿐 아니라 정치인의 개인적 정치활동과 정치적 소신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권력행사를 촉발시켰다."
도정 스님은 " 이준석씨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이슈인 '젠더 논란'이 SNS를 통한 20,30세대 젊은 남자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팬덤를 만들었고, 이준석씨는 이 젊은 팬덤의 강력한 지지세에 힘입어 신당 창당뿐 아니라 국회의원까지 당선되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상·이념적으로 도태돼 가는 계층의 합집합"
그러면서 도정 스님은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팬덤이나 과격한 폭력과 테러를 부추기는 정치팬덤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본과 여론의 조작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팬덤을 조직·양산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라고 했다.
"'어버이연합', '태극기부대', '아스팔트부대' 등의 팬덤 조직이 자생적이며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정치결사체로 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한 이유다.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에 출범한 단체로서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친위부대라고 불리는 극우단체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시위 때, 트럭에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싣고 다니며 촛불시위 시민들에게 폭력과 위협을 행사했으며, 서울시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등 사실상 보수정치권의 금권에 의해 조직된 단체였음이 드러났다."
도정 스님은 "세계 어느 나라 보수단체를 살펴봐도 그 나라의 극우라고 하면, 보통 극단적 민족주의나 자국우월주의에 기초한 단체가 주류를 이룬다"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모든 언론에서 극우단체라 부르는 '어버이연합', '태극기부대', '아스팔트부대' 등은 성조기를 비롯해 이스라엘 국기, 일본의 욱일기까지 시위에 등장시켜 반민족적이면서 친일 색채를 드러낸 것으로 보면, 극단적 친미주의자들이거나 시오니즘적 기독교, 뉴라이트 계열의 한일합방 옹호론자들, 시대착오적 반공주의와 종북몰이자들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 사회에서 사상과 이념적으로 도태돼 가는 계층의 합집합처럼 보인다."
"정치팬덤의 부정적 폐해들은 나라의 정치수준을 대변한다고 봐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 도정 스님은 "정치팬덤의 부정적 폐해들은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입법과 행정, 사법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위정자가 그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힌 사적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나타난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