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시화호 자전거 도로에 설치된 그늘막 태양광출처 :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처음에 이 공사를 할 때 막 민원이 많았어요. 그런데 설치 완공해 놓고 나니까 자전거 동호인들이 너무 좋다는 거예요. 시화호 끝에까지 깔아달라고."
5월27일 <오늘의 기후>에 출연한 이창수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지난 2022년 안산 시화호 수변공원 자전거 도로에 약 2.9km 길이로 그늘막 태양광이 설치됐다. 처음에는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관련 민원이 있었지만 설치하고 나니 크게 3가지 면에서 커다란 반향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그늘막 역할을 하더라.
둘째, 자전거 라이딩의 천적인 비오는 날씨 속에 빗방울도 가려주더라.
셋째, 태양광 발전을 통해 RE100에도 기여할 수 있더라.
실제로 지난 2012년 한국서부발전이 세종시와 대전 유성구를 잇는 자전거 도로에서는 전체 자전거 도로의 절반 가량인 4.6km 구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을 통해 6년간 1만3829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 60억7000여 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고 이는 600여 가구가 6년여 동안 사용한 전력량에 이른다.
자전거 도로 위 태양광의 장점 "이용자들이 좋아한다"
"자신들(자전거 라이더들)은 시화호 오이도까지 가고 거기서 다시 또 대부도까지 가는 게 한 20킬로미터가 넘거든요. 자전거로요. 거기를 다 깔아달라 이런 민원이 많습니다." (이창수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많은 신재생에너지 시설물이 인근 주민들과의 충돌로 시공 초기부터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거의 모든 지자체들마다 충분한 길이로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 위 태양광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확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있었다. 우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문제점이다. 대다수 자전거 도로가 수변공원에 위치해 있는데 현행 시행령에 맞추게 되면 태양광은 공원 주차장이나 건물 옥상에만 설치할 수 있고 자전거 도로 위에는 설치할 수 없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현실적 장애물 : 공원법 시행령
"시화호를 예로 든다면 시화호가 있으니까 수변공원으로 지정을 해놨어요. 그래서 공원에서 할 수 있는 행위로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는 가있습니다. 문제는 그 공원 안에서 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보면 시행령에 공원에서는 주차장하고 옥상에만 하라 이렇게 딱 짚어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자전거 도로나 나무가 없는 사면이 있잖아요. 남향으로 볕이 좋은 그런 곳에 (설치)해도 되잖아요. 공원이라고 해도 다 나무가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경우를 허용해 주면 되는 거거든요. 간단해요. 이거는 폐는 없고 이득만 많은 거거든요." (이창수)
이창수 이사장은 시행령이라서 국회에서 법을 바꿀 필요도 없고 국토부와 산업부가 협의해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부분인데, 그 간단한 작업이 잘 안되어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장애물은 주변 주민들의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수도권 곳곳에 잘 조성된 자전거 도로가 많은 만큼 자전거 도로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주민 민원으로 인해 지자체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인천이나 경기도 가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창수 이사장은 하나의 해법으로 사업자 중심이 아닌 주민 주도 추진 방식을 제안한다.
"태양광 가짜뉴스들이 많아요.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를 자전거 도로에 하면 인근 주민들이 오히려 이용하기도 좋아요. 전자파 거의 안 나옵니다. 그리고 그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그분들이 설치하게 만들어주면 주민 소득이 되니까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경우) 주민이 참여하지 않고 (사업자들이) 하려 하니까 반대가 되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청취자들의 흥미로운 반응이 올라왔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오늘의 기후>를 유튜브로 시청하고 있는 한 청취자는 햇빛이 귀한 유럽에서는 자전거 도로 위에 그늘막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거라는 글을 올렸다. 유럽인들은 볕이 좋은 날 햇빛을 온 몸으로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가지만 우리는 볕이 좋으면 그걸 가리려 애쓰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그러자 또 다른 청취자도 유럽인들이 한국에 와서 등산을 하면 '왜 산에 오면서 이렇게 좋은 햇빛을 다 가리고 다니느냐'고 묻는다며 그늘을 반기는 우리와의 차이점을 말해줬다.
"아, 그래서 우리의 자전거도로 그늘막 태양광이 세계 최초였구나."
김희숙 진행자의 말이다. 이창수 이사장 역시 그래서 유럽에서의 자전거 도로 위 태양광 사례가 드물었다며 신기해했다.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한 가지를 더 느낄 수 있었다. 흔히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부족해서 태양광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특히 원전업계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한다. 물론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보다는 일조량이 적을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독일보다는 훨씬 볕이 좋은 게 우리나라임을 위 에피소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없어서 부러워하는 햇빛을 우리는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옛말처럼 따가운 존재로 여겨왔다. 거꾸로 보면 그 따가운 햇살이 쉼 없이 비추는 이 좋은 나라에서 태양광을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수도권 곳곳에 정말 좋은 자전거 도로가 많습니다.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금 사는 행태를 완전히 바꿔서 고통스럽게 살자는 게 아닙니다. 곳곳에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건 오히려 시민들의 삶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관심 가져주시고 에너지 협동조합에 함께 참여도 해 주시고 협동조합이 아니더라도 옥상을 갖고 있는 분들은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RE100 참여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창수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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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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