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꽃꽃이 진 자리에 오이가 자라고 있다.
전영선
시골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이 박노해 시인의 시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가 떠오른다.
"꽃들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중에서)
젊어서는 책에서 주로 지혜와 위안을 얻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연에서 지혜와 위안을 얻게 된다.
조급증이 들 때면 자연은 언제나 내게 앞다퉈 피지 않는 꽃들처럼 타인의 삶에 눈 돌리지 말고 오롯이 스스로의 리듬에 집중하라고 말을 건넨다.
누군가를 밉게 보려는 마음이 들 때면 자세히 보아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듯 사람도 자세히 보면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고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