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경계 부분에 서있는 나무에 테이프를 둘러서 땅의 경계를 임시로 표시했다.
이승숙
동네 뒷산이지만, 산으로 조금 들어가자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야생동물 고라니가 다녔던 흔적은 더러 남아 있었습니다. 눈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배설물도 있었고 발굽 자국도 보였습니다. 고라니가 자주 오르내렸는지 가느다랗게 길도 나있었습니다.
겨울에 사두고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입니다. 봄이 오면 당장 나무를 심을 것처럼 서둘렀지만 막상 봄이 오자 막막해서 그냥 놔둔 땅이었습니다. 산을 농장으로 만들려면 관의 허가를 받아야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허가를 받고도 할 일이 많습니다. 나무를 베야 합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엄두가 나지 않아 밀쳐두고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땅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자주 가서 눈에 익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헤매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헤매다 드디어 우리 땅을 찾았습니다. 나무에 감아둔 테이프가 보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땅입니다. 다 똑같은 나무며 풀이었지만 왠지 정겹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