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발은 자유롭다

황산공원 황톳길, 맨발로 걸어보니 좋네요

등록 2024.06.04 09:08수정 2024.06.04 09:0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황톳길 맨발 걷기  양산 황산공원 황톳길 맨발 걷기 길에서...^^
황톳길 맨발 걷기 양산 황산공원 황톳길 맨발 걷기 길에서...^^이명화

요즘 가끔, 남편 퇴근 하는 시간에 맞춰 맨발 걷기를 한다. 자연 친화적인 양산 황산공원에 수개월 전 맨발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황톳길이다. 폭 1.5m, 길이 1.4km로 황산캠핑장에서 낙동강교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꽤 긴 편이라 왕복으로 오가면 제법 운동 효과가 크다. 


처음엔 수많은 사람들의 발이 닿는 황톳길이 어쩐지 내키지 않아 걸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봄, 벚꽃 필 무렵부터 개장 된 맨발 걷기 길을 얼마 전부터 걷기 시작했다. 시작되는 지점에는 수도 시설과 신발장까지 구비되어 있어 편하다. 
 
황산공원 황톳길맨발걷기
황산공원황톳길맨발걷기이명화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올려 놓고 맨 발로 황토 흙을 밟을 때 그 첫 느낌은 자유로움이었다. 발이 신발에서 해방되어 땅과 접촉하는 시간... 싱그러운 오월의 바람이 발에 와 닿았고, 오후의 햇살이 닿았다. 신발에서 해방된 발이 황톳길에 닿은 그 느낌이 참 좋았다.
 
황산공원 황톳길 맨발 걷기 길... 맨발걷기
황산공원 황톳길 맨발 걷기 길...맨발걷기이명화
 
맨발걷기 황산공원 황톳길 맨발걷기
맨발걷기황산공원 황톳길 맨발걷기이명화

흔히 발의 기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체중을 유지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도구로 생각한다. 하지만 '발에는 중요한 한 가지 기능이 숨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걷기의 혈액펌핑 기능'이다. 걸을 때 발을 땅에 디디면 몸의 중량으로 발에 분포된 혈관이 수축되고, 발을 땅에서 떼어 들어올리면 그 누르는 힘이 없어져 혈관이 팽창되는 원리다.

그러니까 이 발바닥 혈관의 수축과 팽창의 반복작용으로 혈액이 발바닥에서 심장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말에 '하루 12번씩 맨발로 문턱을 디디고 넘으면 오래 산다'는 말도 있다.  

맨발로 걸으니 발이 가볍고 자유로웠고, 걷고 나서 발을 씻을 땐 시원했다. 더 시원한 것은 발을 씻고 난 후였다. 다시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이 땅과 접촉하고 난 뒤에 한참 동안 발 밑이 후끈거렸고 혈액순환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손발이 찬 편이라, 겨울이 되기도 전에 추위를 타는데, 한참 동안 발 밑이 가벼우면서도 후끈한 느낌.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은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자연과 멀어졌고, 맨발을 땅에 딛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걷기보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고, 흙과 땅을 밟는 시간보다 아파트나 빌딩 숲에 살면서 포장도로를 걷고 땅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맨발걷기 황톳길 맨발 걷기
맨발걷기황톳길 맨발 걷기이명화
 
맨발걷기 황톳길맨발걷기
맨발걷기황톳길맨발걷기이명화

며칠 전, 가까운 디자인공원을 산책을 하다가 숲속 한 곳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발을 넣고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났었다. 왜 그러고 있냐고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그게 더 효과가 많단다.
 
맨발걷기 구덩이를 파고 서 있는 사람들.
맨발걷기구덩이를 파고 서 있는 사람들.이명화
 
디자인공원 숲길은 우거진 숲과 상쾌한 바람이 있고 오르막 내리막 길이라 좋다. 황산공원 맨발 황톳길은 탁 트인 공간에서 걷는 즐거움이 있었다. 처음 걸을 땐 발바닥이 아파서 애를 먹었는데, 서너 번 걷고 보니 이젠 발바닥도 적응이 꽤 되었는지 느긋하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공원 숲길 맨발걷기
디자인공원 숲길맨발걷기이명화
  
햇볕과 공기와 비가 있어야 살 수 있듯이, 인간은 땅을 딛고 살 때에만 건강한 존재로서 생활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다. 나날이 푸르고 싱그러운 계절, 곧 뜨거운 여름이 오겠지만 아직 가끔 이는 바람은 상쾌하고 벗은 발은 자유롭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숲에서 살아가는 나날들, 가끔 신발 속에 갇혀 있는 발을 자유롭게 해 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맨 발로 걷는 이런 시간을 가끔 즐겨야겠다.
#맨발걷기 #황산공원황톳길맨발걷기 #디자인공원맨발걷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