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이영광
- 종부세 폐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한숨부터 나오는 소리죠. 윤석열 정부조차도 종부세는 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겠다는 개편 방향을 밝혔잖아요. 근데 민주당에서 전면 폐지 소리까지 나오니 심각한 문제죠.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건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거예요. 세금을 내는 당사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우리 공동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없는 거죠.
안 그래도 세수가 수십 조씩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의 부자 감세에 대해 비판적이던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 너무 안 맞는 거잖아요. 이건 진보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생각해요. 진보 진영 유권자들 중엔 공동체를 위해서 세금을 더 걷고 복지를 늘리는 정책 방향을 전제로 민주당 지지한 분들이 많죠. 그래서 야당이 압승하는 총선 결과가 나왔을 텐데 총선 끝나자마자 일부 의원들이 그런 논의를 끌고 가는 게 매우 부적절하죠."
- 종부세 폐지 이야기가 왜 나올까요?
"지금 논의를 촉발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특성을 보면 됩니다. 종부세를 내는 고가 주택이 있는 지역구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박찬대 의원 같은 경우에는 송도 신도시가 지역구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고민정 의원, 박성준 의원의 지역구에도 고가 주택이 일부 있죠.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렇게 하는 거죠."
-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에서 종부세 완화를 공약한 바 있어요.
"지난 대선 때 여야 가릴 것 없이 감세와 규제 완화를 공약했죠. 이재명 후보는 세금 감세 정책을 하다 보니 주거복지 정책을 못 내놨어요. 그 이유가 종부세가 주거복지의 중요한 재원이기 때문이에요.
종부세 세수가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 주거복지 예산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요.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을 확 줄이고 그 다음에 주거급여라고 주거비 지원 예산을 많이 늘리지 않고 있어요. 결국 정부에 세금이 없으면 가장 취약한 계층의 몫을 줄이는 일이 발생해요. 부자 감세가 가난한 분들에게 영향 미치는 거죠.
그리고 종부세는 국세로 대부분이 지방에 교부되고 있어요. 이게 주거복지의 근간이 되는 예산이고 지방재정에 굉장히 중요한 세금이란 말이에요. 근데 이런 세금을 사회적 논의도 없이 폐지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이 민주당에서 나오는 게 매우 유감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지점은 그분들이 이런 내용을 아냐는 거예요."
"'집 가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 말도 안 되는 주장"
- 그럼, 1주택자도 종부세 폐지하면 안 된다고 보세요?
"오늘(4일) 기사 나온 거 보니까 (서울) 서초구에 있는 45평짜리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으로 한 채 소유하고 있을 때 지금도 종합부동산세가 0원이라는 거예요. 제가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계산해 보니까 실거래가 40억 원인 집의 종부세가 0원이 되더라고요. 실거래가가 40억 원이어도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과세 표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데요. 과세 표준은 공시가격 기준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산출됩니다.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9% 정도 되는데요. 40억 원의 69%면 28억 원이 되죠. 여기에 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하게 되는데요. 이게 이름하고 정말 다른 거거든요. 전혀 공정하지 않은 세금을 할인해 주는 장치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2022년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로 적용하기로 했던 것을 60%로 낮췄습니다. 28억 원의 60%면 17억 원 정도 됩니다. 실거래가 40억 원짜리 아파트의 과세표준이 17억 원이 되는데, 1주택자에 대해서는 때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각각 9억 원씩 공제를 해주거든요. 9억 원씩 18억 원을 공제하고 나면 종합부동산세가 0원으로 산출되는 거죠. 지금 이런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감세를 이미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종부세 세수가 굉장히 줄어들었어요. 이런 상황인데 여기에다가 또 감세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저도 주변에 민주당이 도대체 왜 이런지 물어봐요."
- '집 가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는 논리인데요.
"우리 연구원 중 한 분이 20년 가까이 된 소형 자동차를 가지고 있어요. 주행거리가 거의 20만km인 자동차의 연간 자동차세가 수십만 원인데요. 지금 40억 원 가까이에 거래되는 아파트의 종부세가 0원인 상황에서 '집 가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고 하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수십 년 살던 곳인데, 갑자기 집값이 오른 걸 어떻게 하냐'는 사례도 있는데요.
"그런 분들에 대한 감액 장치도 충분히 있어요. 지금 15년 이상 살면 (종부세를) 50% 깎아주고 그 다음에 70세 이상이면 40% 깎아주고, 최대 80%까지 감면을 해주거든요. 그러니까 종부세가 100만 원 부과되면 20만 원만 내는 거예요. 종부세에 대한 감세 논의를 주도하는 의원들이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