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보도 잠고자료 내용 일부
산업통상자원부
우선 시민사회는 11차 실무안이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가정으로 시작하고 있다는 점부터 지적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 가장 효과적인 경로는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인데, 되레 전력 수요 전망을 확대하면서 전력 사용 감축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11차 실무안에는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가 129.3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의 2배 이상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하면서다. 앞서 10차 전기본에선 2036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를 118GW로 전망했다.
또 이에 따라 2038년까지 필요한 발전 설비 용량은 (적정 예비율인 22%를 적용시) 157.8GW라고 산출했다. 그러면서 확정 설비가 147.2GW인 만큼, 10.6GW의 발전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9차 전기본과 10차 전기본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신규 발전설비 용량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지난 10차 전기본에서는 2036년까지 1.7GW, 9차 전기본에서는 2034년까지 2.9GW의 신규 필요설비 용량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반면 11차 실무안에서 수요관리목표는 10차 전기본에서보다 더 낮게 제시됐다. 11차 실무안은 최대 전력 절감 목표를 2038년 기준 16.3GW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 10차 전기본은 2036년 기준 17.7GW라는 더 강화된 절감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11차 실무안은 전력수요를 늘리는 것은 무한정 받아주면서 수요관리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실무안"이라며 "수요관리는 하지 않으면서 발전소만 계속해서 지으면 된다는 구시대적 계획을 기후위기 시대에 언제까지 반복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비판했다. 이어 "14GW 대형원전 10개 분량만큼을 더해 전력 수요예측이 커졌다"며 "실무안은 가장 기본이 되는 전력수요부터 과도하게 부풀린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탈핵시민행동도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AI 발전을 위한 데이터 센터 건설 등 산업적 측면만 생각한다면 전력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산업계와 전력업계를 위한 수요 정책일 뿐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계획은 아니다"라고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전 확대'… 사고위험, 핵폐기물 처분 문제 우려"
시민사회는 11차 실무안의 가장 큰 문제로 원전 확대를 꼽기도 했다. 11차 실무안은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 10.6GW를 대형원전, SMR, LNG 열병합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제시하면서,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신규 대형 원전(1기당 1.4GW)을 짓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2035년에는 현재 개발 중에 있는 SMR 1기를 첫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전체 전력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 31.8%, 2038년 35.6%로 제시했다. 지난해 30.6%보다 높은 수치다. 정부는 11차 실무안에서 '원전을 무탄소전원의 큰 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이미 26개의 원전이 가동하고 있어 사고 위험과 대책 없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문제가 있다"며 "지금도 문제가 많은데 모든 노후 원전을 수명 연장해 가동하고, 신규원전을 더 늘린다면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상용화를 한 적도 없는 SMR마저 전력계획에 포함했다는 점도 충격"이라고 꼬집었다.
탈핵시민행동도 "핵발전소는 사고 발생시 회복이 불가능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하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해결 불가능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의 문제 등 핵발전의 유지비와 건설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그에 비해 재생에너지의 단가는 계속 낮아지며 경제성이 확보되며 핵발전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원자로는 2002년 438기에서 2023년 407기로 줄었으며, 지금도 새로 가동되는 원자로보다 영구 폐쇄되는 것이 많다"며 "핵발전이 가장 값비싼 전원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제자리걸음, 수소발전은 탄소 감축 효과 없어"
그밖에도 시민사회는 11차 실무안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제자리걸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11차 실무안은 2038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32.9%까지 늘리는 계획을 담고 있는데, 이는 지난 10차 전기본이 제시한 2036년 30.6%보다 2.3%p 늘리는 것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에 비해 실적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원전 확대에만 힘쓰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게 잡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원전 확대 정책이 유지되는 한 재생에너지 확대도 어렵다는 우려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간헐성을 갖는 재생에너지를 원전이 보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원전 확대 기조가 유지되는 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탈핵시민행동도 "핵발전의 비중을 높게 유지할수록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늘어날 수도 없다"며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한 번 가동을 시작하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력을 100%로 유지해야 하는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 대형 핵발전소가 100%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출력이 갑작스럽게 증가할 경우 전력망에 과부하가 생길 수 있다"며 "그렇다면 결국 재생에너지의 전원스위치는 꺼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화력발전이 보다 극적으로 축소되는 내용이 담겼어야 했다는 지적도 했다. 11차 실무안에는 노후 석탄 발전의 LNG 발전 전환은 유지하고, 2037~2038년에 설계수명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12기는 양수·수소발전 등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국제 기후변화 싱크탱크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우리나라도 2030년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11차 실무안은 탄소배출 1위 주범인 석탄발전의 2030년 퇴출은커녕 모든 석탄발전소의 30년 수명을 보장하고 있다"며 "더구나 석탄발전의 폐지를 다시 화석연료 발전인 LNG로 대체하는 것은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11차 전기본이 수소·암모니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수소·암모니아가 탄소 배출량 감축과 경제성 측면에서 모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암모니아는 수소를 통해 생산되므로 그레이 수소에 의해 만들어질 경우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며 "석탄과 혼합해 연소되는 경우에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이 양은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다"고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지적했다.
"11차 실무안,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 만들어야"
시민·환경단체들은 11차 실무안 전면 폐기를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1차 실무안은 원전 확대를 중심에 놓고 다른 모든 것을 고민없이 꿰맞췄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와 국민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을 더 이상 소수의 원자력 집단 등에 맡겨서는 안 된다"며 "22대 국회가 새롭게 시작한 만큼 국회가 나서서 전기본과 관련한 검증과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핵시민행동도 "핵 발전에 매몰된 11차 실무안을 폐기하고 에너지 전환을 담은 새로운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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