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 4명 중 1명은 지구 온난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 인간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절반에 육박할 수도 있다. 대통령 당선을 원하는 트럼프 후보가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내용을 공공연하게 외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인구통계 숫자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뒤 트럼프 타워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 음모론을 요약해 보자. "기후변화는 단지 자연스러운 기후 변동성일 뿐이다. 지금은 소빙하기 말기와 같은 또 한 번의 온난기일 뿐이다." "온난화는 단지 태양, 우주선, 화산 활동, 또는 메탄 때문이다."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인간이 주된 원인인지는 의심스럽다." "설사 인간이 원인이라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현재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는 중력의 법칙, 상대성이론, 열역학법칙 수준과 같다.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 데 있다.
현재 지구 온난화 주제는 과학적 영역보다는 정치적 논쟁이 되고 있다. 정치적 논란이 큰 주제가 아니었으면 너무나 분명한 증거로 인해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과학적 증거를 부정하는 기저에는 '정체성 편향'이 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진화론'을 의심하는 편향 말이다. 정체성 편향은 '확증 편향'의 하위 범주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의 타당성은 무시해버리는 선택적 사고를 말한다. 이런 편향을 가진 사람은 비판적 사고와 경험적 근거 대신 소속 집단의 이념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확증 편향은 때론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온다. 그런 편향을 가진 사람이 주요 의사 결정권자가 되면 더욱 그렇다.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면, 지구 온난화 주제가 이념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 가슴이 답답하다. 극소수 과학자는 왜곡된 인용과 데이터로 기후 음모론에 과학으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만 기후 음모론은 드러나지 않게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