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이 마무리되며 아빠의 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아빠가 심어놓으셨던 서른살이 넘은 나무들은, 집 주변으로 다시 자리를 잡아 옮겨졌다. 아빠가 기대하셨을 삼십년 후의 미래가, 이렇게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여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창희
지난번 조경 사장님과의 면담 이후로, 조경 작업의 범위를 확정 짓고 계약금을 입금했다. 통장의 바닥을 파고 들어가야 하는 부담되는 작업이었지만, 하기로 결심한 마음이었다. 다만 조경은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과는 크게 관계없는 사항이었니, 집에 대한 사용승인은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급하게 동생네 가족들을 초대하여 집에서의 첫날을 신나게 보내고 났더니, 썰렁했던 집은 한결 더 생기를 품었다. 역시, 집은 사람들의 온기가 함께할 때 생명을 얻는 게 맞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한 노동은 집안 곳곳에 그대로 남아, 사람의 온기로 되살아난다. 집을 지어주신 모든 노동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다.
집짓기의 피날레를 장식한 조경 공사가 6월 6일에 끝났다. 오래된 시골집엔 아빠가 30년 전에 심어주신 나무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지금 내 나이쯤의 아빠는 집 앞의 작은 공간을 백목련, 자목련, 배롱나무와 공작 단풍으로 채워 넣으셨고, 동네 어르신들께 선물 받았다는 단풍나무 몇 그루와 소나무, 라일락도 심으셨다.
처음에만 해도 꼬꼬마였을 나무들은 30년의 세월을 지나며 내 키를 훌쩍 넘은 크기와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십의 아빠가 심어두셨을 나무들을, 아빠 나이가 되어버린 내가 옮겨 심고 있자니, 아빠의 집이 사라진 자리가 훨씬 덜 쓸쓸해 보였다. 적어도 그 오랜 시간을 기억하는 나무들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콩이라도 하나 심을 것이지 쓸모없는 나무만 심는다며, 할머니께 혼나셨대."
전화기가 고장 나서 도움을 청하러 오셨던 앞집 할머니의 말씀을 엄마가 전해주셨는데, 갑자기 울컥했다. 아흔이 훌쩍 넘으신 이웃 어르신의 증언으로, 몇 해 전 우리 곁을 떠나신 아빠의 젊은 날이 되살아났다.
30년 전의 아빠도 할머니께 새 집을 지어드렸다는 성취감으로 충만하셨을 테고, 오래도록 이곳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가족을 기원하며 좋아하는 나무들을 정성껏 심으셨을 거다. 새 집의 정원 곳곳으로 옮겨진 아빠의 나무들을 하나하나 쓰다듬다 보니, 감정 표현에 인색하셨던 아빠의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만 같다. 어이쿠, 자꾸 눈물이. 아…
상상에만 존재하던 오직 하나뿐인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