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인도에 주차된 공유자전거가 위태롭게 세워져 있다.
김은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등교시킬 때 화들짝 놀라는 상황이 있다. 학교 앞 횡단보도 인근에 공유 자전거와 공유 킥보드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등하교하는 아이들의 통행을 방해함은 물론이요, 보행신호가 들어오면 많은 아이들이 횡단보도로 뛰어가기 때문에 부딪혀 쓰러지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들이 공유자전거를 건드려 자전거와 함께 쓰러졌을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공유자전거는 일반자전거와 달리 굉장히 무겁다.
놀란 마음에 억지로라도 자전거를 조금 인적이 드문 장소에 옮기고 어플을 다운로드해 회수 신고를 했다. 먼저 고객센터에 전화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찾아보니 어디에도 전화번호는 없었다.
회수 신고의 지난함
공유자전거를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고 디지털 문명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급한 마음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자전거에 있는 큐알 코드를 갖다 대니 바로 어플을 다운로드하게 돼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제 고객센터로 전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화면에 전화번호는 없었다. 대신 채팅창으로 문의하게 돼 있었다. 답답함이 밀려왔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바이크의 번호를 입력하고 현재 위치의 주소를 남기고 사진을 찍어 해당 업체에 수거 요청을 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방치되고 있는 공유자전거 수가 상당히 많았다. E바이크, S바이크, SW바이크, SI바이크, K바이크 등 업체도 여러 가지였다. 이렇게 여러 군데 신고를 하고 나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루가 지난 다음날 가보니 E바이크는 수거가 됐지만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다시 신고를 시작했다. 한 업체 채팅창에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SI바이크입니다. 고객님 먼저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해당 기기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거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기기를 주차한 이용자에게는 올바른 주차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안내드리면서 만일 부적절한 주차가 확인된 경우 해당 이용자에게 경고 및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다시 고객센터 채팅창에 "어제도 같은 답변이었어요"라고 글을 남겼다. 얼마 후 "안녕하세요. SI바이크입니다. 네, 고객님..." 자동응답기처럼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답변으로 돌아왔다. 언택트 시대가 맞긴 맞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무력감이 밀려왔다.
반납장소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외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