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영씨가 11월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교내 서점에서 관련 도서를 찾아보고 있다.
교육언론창
지난 12일, 한여름 같은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는 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특수교육과에 재학 중인 노근영(20학번)씨를 만났다.
앳된 얼굴에 목소리는 카랑카랑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자신을 "반듯한 모범생이었다"고 소개했다. 학교가 가르치는 대로 배우고,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따랐던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4개의 일반고 지망 순위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의 지망은 보기 좋게 모두 비켜 가고,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혁신학교인 선사고등학교에 배정됐다. 2011년 개교한 선사고는 송파구에서 고등학교 중 유일한 혁신학교였다.
"선사고에 배정된 친구 중에는 우는 친구도 있었어요. 주위에서는 '좋은 대학교 가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등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사실 그때는 선사고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나 2017년 입학식 날부터 '반듯한 모범생'은 '반듯'하지 못한 학교가 좋았다.
"대개 학교는 입학식 때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을 뽑아 입학서를 대표로 주잖아요. 그런데 선사고는 학생의 이름 가나다순으로 가장 빠른 학생과 가장 늦은 학생 두 명을 대표로 뽑아서 입학서를 주었어요. 학교가 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겠다는 의미로 느껴져 학교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학교의 교가였다.
"교사와 학생의 벽을 허무는 곳, 서로의 인권과 개성이 존중되는 곳... 우리 서로 두 손 맞잡고 함께 한다면 두려움은 없어...."
대개 학교의 교가는 '진리', '봉사', '기상' 등 고상한 단어를 반복하며 사회적 윤리 또는 학교의 기풍이나 건학정신을 가르치려 한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의 상호 존중, 학생과 학생의 상호 협력의 내용이 담긴 선사고의 교가를 부르며, 그는 "학교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꼽으라"는 질문에 선뜻 "선생님"이라며 세 명의 선생님을 꼽았다.
"배움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는 생명과학 선생님은 수업시간 중 학교 인근 한강변 등으로 다니며 비둘기 둥지를 살폈다. 그리고 두루미를 보기 위해 비무장지대(DMZ)까지 다녀왔다. 그러면서 생명의 서식지를 살피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환경에 대한 지식과 환경 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법을 함께 알아갔다. 그는 "환경 교육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며 배워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지리 선생님은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면서 반드시 사회 실제 사건과 연계하여 설명해줬다. "사회를 바라보는 방법과 넓은 시야를 배웠다"고 했다. 수학 선생님의 눈에는 항상 사랑이 묻어났다고 했다. "학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이들 세 명의 선생님을 돌아보며 "공교육의 희망은 살아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교사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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