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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사람이 만난 거룩한 순간, 성소를 작품에 옮겨"

<신은 내 곁에> 전시, 20일까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등록 2024.06.19 11:46수정 2024.06.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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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내곁에 전시 포스터  신은내곁에 전시 포스터
신은내곁에 전시 포스터 신은내곁에 전시 포스터 김리아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초월적인 존재와 연결을 갈망해왔다. 신(神, God)이란 존재는 특정 종교를 불문하고 우리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보편적 물음을 제기한다.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사실 인간만이 가진 특권일지도 모른다. 이런 신비로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가 등장하였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고 믿음을 나누게 하였다. 
 
  차동옥 작, 미소
차동옥 작, 미소 차동옥
 
 
 백경선 작 <당오름>
백경선 작 <당오름> 백경선
 
제주에는 유독 신성한 상징물이 많고, 1만 8천여의 신(神)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들의 고향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 상, 자연의 아름다움과 힘을 동시에 느끼는 공간이다. 따라서 신에 대한 제주인의 마음과 믿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고립된 섬 제주에서 일어난 가슴 아픈 역사는 위로와 함을 얻기 위해 자연에 깃든 신을 찾게 하였다. 400여개가 넘는 제주의 신당은 무속신앙의 성소이자 제주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마음의 성소(聖所)이다. 무덤 곁을 지키며 신과 망자 사이를 연결해 준 동자석은 제주 신앙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순택 작 '순례자의 교회'   정순택 작 '순례자의 교회'
정순택 작 '순례자의 교회' 정순택 작 '순례자의 교회' 김리아
 
   
 <신은 내곁에> 전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모습
<신은 내곁에> 전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모습 김리아

제주 토박이와 이주민으로 구성된 <무경계 예술살롱>의 회원들이 제주의 교회, 성당, 절, 신당 등 '믿음이 쌓인 공간'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한 <신은 내 곁에 – 우리 안의 성소를 찾아서> 전시가 6월 20일까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열린다.

<무경계 예술살롱>은 '신의 작품'인 인간은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는데 왜 현실은 그다지 예술적이지 않은가에 대한 물음과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어릴 적 흘러 넘치던 창조성을 다시금 회복하는 모임이랄까. 일상을 버티며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일상 생활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공동의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규 작, 순례
유규 작, 순례유규
 
김리아 기획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개별 종교를 초월하여 제주에서 신과 사람이 만난 거룩한 순간, 유한한 인간이 신을 찾고 신에게서 위안을 받았던 장소가 담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도 '신은 내 곁에' 있음을 느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것"이라며 전시 의도를 소개했다. 
 
신혜윤 작가의 설치 작품  “이 길은 우리 모두 각자가 ‘지나온 길’, ‘걸어가고 있는 길’, ‘겪어내고 있는 길’, ‘가야 하는 길’을 그저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은 ‘평범한’ 일상의 길입니다.  이 길을 잠시 바라본 후 걸어보세요.
신혜윤 작가의 설치 작품 “이 길은 우리 모두 각자가 ‘지나온 길’, ‘걸어가고 있는 길’, ‘겪어내고 있는 길’, ‘가야 하는 길’을 그저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은 ‘평범한’ 일상의 길입니다. 이 길을 잠시 바라본 후 걸어보세요. 김리아
 
컨테이너에 거주하면서 하루 4시간의 설거지로 최소한의 노동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창작활동을 이어나가는 유규 작가의 작품, 1801년 천주교 박해로 아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정난주 마리아와 1949년 4.3으로 희생되어야 했던 변병생 모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김민우 작가의 <두엄마>, 아픈 역사를 잊지 않았기에 제주 불교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음을 알리는 <다시>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최연소 청소년 작가 전노아(중문중 2학년)는 죽음과 부활, 천사와 악마 등의 서사를 성당 안에 담은 <신과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드락과 클레이로 작업하여 출품하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김리아, 김민우, 김형철, 백경선, 신혜윤, 양이나, 유규, 임인환, 전노아, 정순택, 차동옥 등 11명이다. 
 
  김민우 작, 다시
김민우 작, 다시김민우
 
"자연과 교감하는 신앙의 장소가 되어준 오름. 생이 다하였을 때 쉴 수 있는 땅이 되어주기도 하며 제주 사람의 생과 사를 함께 하는 오름. 선택하지 않는 삶, 선택할 수 없는 죽음,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의 순간들. 모든 것들을 자연의 순리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 신이 내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순간들이 쌓인 곳." (-백경선 작가노트 중) 
 
 양이나 작 <신에게 향하는 염원>
양이나 작 <신에게 향하는 염원>양이나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개별 종교를 초월하여 개개인이 만난 거룩한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한 관람객은 "암자 있는 우리 동네 뒷산이 수미산(신들이 산다는 상상의 산)이고 동네 성당이 바티칸입니다. 즉 우리 곁 공간의 신성한 의미를 간과하지 말자는 겁니다"라는 말을 방명록에 덧붙여놓았다. 개별 종교를 뛰어넘은 통합의 의미가 잘 전달된 전시라 할 수 있다. 
 
청소년 작가 '전노아'의 우드락 작품  청소년 작가 '전노아'의 우드락 작품
청소년 작가 '전노아'의 우드락 작품 청소년 작가 '전노아'의 우드락 작품 김리아
 
전시연출을 담당한 신혜윤 작가는 "전시 공간에 흐르는 음악과 향기가 다양한 재료의 예술형식을 통해 표현된 작품들과 어우러져 '우리 안의 성소'를 만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아울러 전시가 관람객들의 바람과 기도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도하는 손 모양의 만다라 방명록을 핸드페인팅으로 준비하였다. 본 전시의 마지막 공동작품은 관람객들이 완성한 만다라 방명록인 셈"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정순택 작, <거룩한 음성>
정순택 작, <거룩한 음성>정순택
 
 
만다라 작품에 색칠을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만다라 작품에 색칠을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만다라 작품에 색칠을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만다라 작품에 색칠을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김리아
 
전시를 관람한 후 관람객들이 만다라 방명록을 채우며, 공동작품으로 마무리되는 과정도 볼만하다. 모두 각자 마음에 품은 신앙을 만다라 형태로 표현하여 염원과 소원을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신은 내 곁에 – 우리 안의 성소를 찾아서> 전시를 관람하고, 작품과 교감하면서 자기 안의 신성을 일깨우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제주도서귀포이중섭미술관 #신은내곁에 #유규화가 #백경선작가 #전노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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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깁니다. 수원에서 작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는 책방지기입니다. <타로가나에게들려준이야기> <좋아하는일을해도괜찮을까>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사이판한달살기> <그림책은재밌다>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등 열세권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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