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월 1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 이재명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은 희대의 조작사건으로 결국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뒤 언론에 향해서도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 하고 있지 않느냐.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우성
이재명 대표가 그냥 '애완견 언론' 발언을 한 게 아닙니다. 배경이 있습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을 기화로 '검찰이 흘리는 것을 또박또박 받아적기만 하는 법조기자들의 보도 행태'를 '검찰의 애완견'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린 겁니다.
한국의 주류 미디어들이 검찰이 이 대표를 옭아 넣기 위해 피의자를 한데 불러놓고 세미나를 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의 주장, 쌍방울이 주가조작을 위해 북과 접촉했다는 국정원의 보고서, <뉴스타파> 등의 쌍방울 비리와 조작 행위 보도 등을 깡그리 무시·외면·축소하고 있는 주류 언론의 보도 태도를 언론계의 관행어를 사용해 꼬집은 게 본질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언론계는 제1야당 대표의 지적에 답을 하기보다 떼를 지어 반격에 나섰습니다. 진보와 보수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똘똘 뭉쳤습니다. '또 하나의 신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 아래 한국 언론계의 고질인 권언유착을 비판하며 출범한 <한겨레>마저 비판 대열에 가담한 것은 충격입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깃발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발언을 '조롱' '비하' '협박' '저급' '부적절' 등 다양한 용어를 동원해 난타하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도 급기야 18일 자신의 발언이 "언론계 전체로 오해하게 했다면 유감"이라고 한 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일까요. 이 대표가 유감이라고 한다고 해서, '애완견'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국 언론이 자동으로 '감시견'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치우게 했다고 달이 없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한국의 언론계가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에 발끈할 정도로 자신이 있다면 그것을 기사로 보여주면 됩니다. 최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4>가 보여주듯이, 시민들은 한국의 언론보도를 매우 불신하고 있습니다. 진실과 공정 보도를 통해 권력을 감시한다는 언론의 역할을 방기한 채, 비판은 참지 못하겠다고 으르렁대는 한국 언론을 '타락'이라는 말 외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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