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도 한편의 미디어 아트소금쟁이의 춤과 어우러진 달빛이 아름다웠다
임도훈
"와~ 예술이다, 예술!"
저녁이 되면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환한 조명이 켜진다. 한두리대교 교각 조명등이다. 빛이 교각 아래 물웅덩이를 비춘다. 그 빛은 다시 반사돼 교각 벽면에 물그림자를 비춘다. 웅덩이에서 소금쟁이가 움직이면, 교각 벽에서 파문이 일면서 잔잔한 빛의 물결이 인다. 교각과 빛과 물과 소금쟁이가 만드는 한편의 종합예술이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천막농성장은 단숨에 사방이 탁 트인 거대한 자연극장이 된다. 소금쟁이가 연출하는 파동은 무용수의 몸짓 같다. 빛 하나에 의존한 자연의 그림자극은 입장료도 필요없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공연비도 필요없다.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이다. 실재하는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묘사한 자연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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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각 위 소금쟁이의 춤 ⓒ 임도훈
이뿐만이 아니다. 여기에서 만난 꿩 커플의 구애 장면과 물떼새가 포란하는 장면 모두 자연이 보여주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하나의 극이다. 세종보에 물을 채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쌓은 돌탑 위에 위태롭게 앉아있던 할미새, 아기오리 5~6마리와 함께 거세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오리가족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살아있는 자연을 배운다. 강의 흐름을 막아선다면 다시 보기 힘든, 어쩌면 이곳에서는 영원히 끝나버릴 수만 편의 극이다.
자연을 짓밟은 개발사업들… 우리는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