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선물 받은 존 레논자전거를 선물 받은 존 레논은 리버풀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년이 된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비틀즈 엔솔로지 책 중에서
갑작스럽게 행동반경이 늘어났던, 말 그대로 신세계를 경험했던 소년 시절의 경험이 생생해서 그랬을까요. 예쁜 자전거를 마주한 저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아파트에 늘어서 있는 자동차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많은 자동차가 필요할까 싶은 생각마저 들더군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어진 지 퍽 오래된, 지하 주차장도 없어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단지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자동차는 관리적 측면과 더불어 환경적이나 경제적으로 매우 부담되는 교통수단임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또 바로 이러한 고민 의식과 더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지점은 자동차가 빚어내는 사회적인 '가치 인식'에 대한 것입니다.
자전거를 구매한 김에 이리저리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다 한 흥미로운 웹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일명 '자전거 선생'이라고 불리는 암스테르담 대학의 마르코 테 브뢰멜스트로트(Marco te Brömmelstroet) 교수의 인터뷰였는데요, 그는 현대의 시간 효율성 추구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것보다 가장 빠른 것을 우선시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로 인한 여러 가지의 반사회적 트래픽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1968년 암스테르담 힐튼 호텔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시위를 벌였을 때 침대 위에 자전거를 놓은 이유도 그 유년의 기억장치로만이 아닌 자전거가 다른 생활 방식에 대한 하나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잔인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상징물로서 대중들에게 그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죠.
마르코 교수가 보기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항상 최단 경로를 택하지 않고 공기역학적으로 앉기보다는 똑바로 앉아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한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더군요. 저도 몸을 펴고 앉아 적정한 속도를 스스로 통제하며 주변을 느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점 때문에 자전거를 더욱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의 풍경과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는 상호소통 가능성은 느린 속도로 가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상호소통 영역은 많은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개인의 시민으로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요즈음 같은 때는 더욱 그렇고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되돌아보았을 때 자동차와 자전거 중 어느 쪽의 속도와 생활 패턴에 더 맞춰져 있나요? 혹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멈춰 있었던 우리네 삶의 속도는 어느덧 그 기억을 잊은 채 다시 가속도가 붙어가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프랑스 파리시가 내세웠던 '15분 도시' 계획처럼 삶의 동선을 비약적으로 줄이는 사회적 전환의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나요?
몇몇 사람들은 후자와 같은 상상력이 때로는 사회 전복적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이동성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를 바탕으로 강력하게 장악해 온 교통 공학의 100년 전통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실험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마르코 교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은 오늘날 모빌리티 계획의 기본이 되는 효율성과 개인주의가 반사회적 도시를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모두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개개인을 파편화하며 인간의 가치를 효율성으로만 바라보게 된다면, 어느덧 사회적 보살핌의 영역은 사라지고 소수 공간을 제외한 도시 거주지의 대부분은 점차 슬럼화될 테니 말이죠.
그러니 오히려 이제껏 속도와 효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이러한 선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물어야 할 시점입니다.
도로에 자동차를 줄일 수 있다면
이와 같은 관련 기사를 읽고 나니 매일 출퇴근길 마주하던 그 빼곡한 승용차들로 가득한 도로의 풍경이 새삼 다르게 보이더군요. 사람 살기도 비좁다고 하는 도시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공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정체 구간에 들어선 승용차 대부분은 1인 승차 차량이더군요.
그 순간 상상력을 동원해 차의 골조를 제거하고 바라보면 도로 위에는 빽빽하기는커녕 아주 띄엄띄엄 사람이 들어서 있는 것이었어요. 이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많은 여유 공간이 생겨나는지 무척 놀라웠어요. 이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차량 정체가 일어날 수밖에요.
효율성을 쫓아 차량 이동을 선택했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의 공간 안으로 다가가지 못한 채 그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당연히 상호소통 가능성 또한 줄어들 수밖에요. 만약 이 도로 위에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놓여있었다면 그 풍경은 또 어찌 달라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