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으로의 첫발17일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백사자가 야외 방사장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해당 백사자는 대구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 사육장에서 7년을 지낸 뒤 지난해 실내 동물원이 폐업하자 이날 네이처파크 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연합뉴스
백사자 한 쌍이 7년간 지하층에 방치될 수 있었던 건 동물원 시설에 관한 별다른 요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적정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는 있으나 마나한 법령만이 시설에 관한 조건이었다. 해당 동물원이 조성될 때만 하더라도 합법이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서식환경에 관한 내용이 개정되었다. 정부는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겠다며 지난 2020년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22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등록제를 허가제로 개정한 것이다. 여러 허가 조건 중 동물원 동물복지와 관련된 주요 내용은 사육환경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식환경에 관한 일반기준과 종별 기준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야외방사장을 갖춘 동물원에서만 맹수를 사육할 수 있다.
종별 사육시설 기준은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다. 그러나 제시된 종별 기준을 살펴보면 정말 비인간동물에게 적정한 기준인지는 의문이다. 지리산에서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김천시 수도산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지리산에서 방사한 1세대 반달가슴곰의 후손은 덕유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반달가슴곰만 하더라도 활동반경이 매우 넓다. 사육시설 설치기준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은 넓이 21m², 높이 2.5m를 충족해야 한다. 21m² 가로 4m, 세로 5m 정도의 공간이다. 과연 반달가슴곰에게 적합한 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육시설 면적뿐만 아니라 서식 환경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환경풍부화'다. 환경풍부화란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해주거나 노력을 기울여 먹이를 찾도록 만들어주는 '먹이풍부화', 냄새나 촉각 자극 등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감각풍부화'와 같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을 뜻한다.
미국 동물권 철학자 톰 리건은 "더 넓은 공간을 할애하거나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주거나 더 많은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적으로 악한 것을 옳게 만들지 못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이는 공장식 축산을 퇴출하자는 주장이지만, 동물원에도 동일하게 해당된다.
동물원은 사라져야만 한다. 동물원은 인간과 동물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 아니다. 그저 인간이 동물을 가두고 전시하여 구경하도록 만든 공간일 뿐이다. '환경풍부화'라는 마법 용어에 속아서는 안된다. 환경풍부화는 면제부일 뿐이다. 인간이 마음 편하게 동물을 가둘 수 있도록 돕는 면제부 말이다. 백사자만 지하층에 살았던 게 아니다. 동물원을 떠올려보라. 철창과 시멘트 벽이라는 명확한 경계가 존재한다. 인간이 사는 지상층과 동물이 사는 지하층은 단순한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여전히 수많은 동물이 지하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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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지하 탈출한 백사자...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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