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교육지원청이 발표한 2024년 중학교 현황. ( )은 특수학급 수와 장애 학생 수
진안교육지원청
아이들의 외로움을 어찌할까
진안군 용담면의 한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생이 1명인 학교에 들어가 담임선생님과 단둘이 2학년까지 다니다 결국 읍내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동년배와의 협동과 경쟁을 배울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다.
올해 주천중학교를 졸업한 남학생도 마찬가지다. 이 학생은 동급생인 여학생 한 명과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을 보내야 했다. 그 동급생이 중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면서 중학교 입학은 혼자 해야 했고, 중학교 3년간 혼자 교실을 지켜야 했다. 3학년 2학기에 학생 한 명이 전학을 와 다행히 졸업앨범에 자기 사진 한 장만 덜렁 올라가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19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이 소년은 소풍도, 수학여행도 혼자 가야 했고, 동급생들과 축구나 농구 한 번 하지 못한 채 중학교 시절을 마쳐야 했다.
이 학생이 스스로 원해서 작은 학교로 혼자 등교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학년에 학생이 한 명도 없을 때 학교가 입게 될 타격이 컸을 것이고 집안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어른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이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 두었다. 하지만 왜 학교와 지역사회는 이 학생과 같은 아이들을 외롭게 혼자 두어야 했을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작은학교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아이들을 외롭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권과 행복권을 박탈해서도 안 된다. 아이들에게는 한 번밖에 없는 소중한 어린 시절이고 학창 시절이다.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도 지키고 학생들의 학습 효과도 올리고 아이들을 외롭지 않게 해 줄 방법을 시급히 찾아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상상을 해봤다. 농촌의 초등학교 중 전교생 60명 미만인 작은 학교들이 인근의 다른 학교 서너 곳과 통합 수업을 하면 어떨까? 우선 예체능이나 특별활동 같은 수업만이라도 모여서 함께 하면 좋겠다. 교사들이야 좀 바빠지겠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다른 동네 친구를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같은 성별의 동년배끼리 할 수 있는 활동과 놀이를 지속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중학생은 움직임이 더 자유로울 테니, 어느 학교에선 언어 과목을, 어느 학교에선 수리 과목을, 어떤 학교에선 체육과 예술 과목을 특화해 인근 지역의 학생들이 그 학교에 다 같이 모여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면 좋겠다. 통합수업으로 교육의 내용과 질을 높여 학습환경을 좋게 하는 것도 장점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고향 친구'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게 가장 큰 이로움이 되지 않을까?
작은 학교에 학생이 적으니, 아이들이 교사와 일대일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어 학습 능력이 높아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부 농촌학교 교사들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지만, 본보기와 경쟁, 협력의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도 농촌학교 아이들 학습 부진의 큰 이유다.
취재 과정에서 중학교 아이들에게 친구가 60점을 받으면 자신은 70점만 받아도 1등이라는 말을 들었다. 농촌학교에 오는 교사들도 아이들 학습지도에 열의를 보이는 것 같지 않다는 게 학부모들의 일반적 평가다. 오지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가산점을 주던 제도가 없어지고 시골 학교들에는 초임 교사들의 발령이 늘었다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있다.
정말 실력 있고 가르침에 열정적인 교사가 있는 학교를 선택해 아이들이 이동하며 배울 수 있게 하면 좋겠다. 게으른 교사들에게도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