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현 전국대표
김아현 대표 제공
바다에 섬이 잠겨 죽어가는 지구의 (평균기온) 15도 시대.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5일 지구 평균기온이 몇 년 안에 1.5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이에 앞장서 전 지구적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환경단체 '대학생기후행동'의 일원들이다. 이곳의 전국대표인 김아현(27)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아현 대표는 동덕여대 경제학과를 전공해 올해 수료 딱지를 뗐다. 전공과 무관한 기후환경이라는 분야로 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출범 당시를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4년 전 대외활동을 함께 했던 지인에게 대학생기후행동 동덕여대 지부장을 맡아줄 수 있느냐 연락이 온 것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인천대학교가 물에 잠긴다는 소식을 접한 김 대표의 지인은 대학생 차원에서 환경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자 했다.
"그때는 (기후행동이) 전공과 무관하기도 하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죠. 적극적으로 활동에 뛰어들기보다 그냥 한번 해보자는 호기심이 강했어요. 처음에 (동덕여대) 지부장을 맡고서도 저보다 다른 팀원들이 더 아는 게 많았는데, 기후의제에 대해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뒤늦게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기후행동의 첫 발자국을 지부장 활동으로 시작한 김아현 대표는 지난해 전국대표에 당선돼 올해로 2년 차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이런 그에게 기후위기에 관해 물었다.
내가 하면 개발, 남이 하면 환경 파괴
지난 백 년간 지구 온난화는 전쟁과 산업화를 거쳐 가속해왔다. 특히 선진국의 공장 가동으로 인한 대규모 탄소 배출은 오늘날 심각한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기후위기 속에서 인류 공동체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혹자는 환경 보전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개발 제한을 주장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개발도상국)에게 성장하지 말라는 건 내로남불이죠."
김 대표는 환경 보전의 책임을 후발 주자에게 떠넘기는 작금의 사태를 지적했다. 현대 사회는 산업 개발을 이루지 않고선 자국의 성장을 도모할 수 없는 자본주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자국민의 나은 삶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국가에 성장(=개발)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후발국의 성장을 억제하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개발의 부산물 격인 환경 오염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던 김 대표는 곧 새로운 문제와 당면한다. 바로 '불평등'이다.
국가, 지역, 거주 형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위계와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더 나은 삶을 사는 방안을 모색하며 점차 기후의제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기후위기에서 비롯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배워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할 수 있는 말도 늘어가니까 (기후의제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이어서 그는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변했다"며 자신을 '대표가 돼서야 발전한 케이스'라고 농담조로 설명하기도 했다.
변화를 만든다는 일념 하나로
김아현 대표의 기후행동가 정신이 성장을 겪을 동안, 외부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2020년 한 대학의 장將에서 출발한 그는 21년 중앙집행부, 22년 서울지역 대표를 거친 뒤에야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재학 중임에도 전국 규모의 단체 운영을 도전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서울지역을 운영할 당시) 해마다 모집 신청이 늘어나니까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대학생이 많다는 걸 체감하면서, 동시에 지부가 없는 지역에서도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한계를 느꼈어요."
김 대표는 다양한 지역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자신이 구심점이 돼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전국대표 출마 이유를 밝혔다.
앞서 대학생기후행동은 서울, 경기, 인천, 강원, 광주 등 총 5개지부만 존재해 경상도를 비롯한 타지역 대학생들의 아쉬움을 샀지만, 이러한 반응에 응답하듯 그는 전국대표를 역임한 첫해 제주와 전북지부를 신설하는 쾌거를 이뤘다.
새로운 지부를 만드는 일이 쉽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설립 희망 연락을 받은 김 대표는 전북에 내려가 해당 지역의 팀원들과 직접 만나 소통했다.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기 위해선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그의 운영 철학 때문이다.
전북은 서너 번, 제주도는 물리적 한계로 방문하지 못했지만 자주 연락해 소통하고자 했다며 설립 과정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