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 양극화독일, 미국, 스웨덴, 스페인, 한국의 '소득 집단별 국민소득 점유율' 비교 표이다. 글쓴이가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WID) 2022’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책, 40쪽).
조돈문
지배계급은 '불평등은 없다', '불평등은 정당하다', '평등 사회 실현은 불가능하다'라는 이데올로기를 퍼뜨린다(책, 85쪽) 책은 이 명제들을 질문으로 바꿔 하나씩 각종 자료를 통해 증명하며 우리 사회 불평등 현실을 드러낸다(책, 86~132쪽).
책 첫 두 가지 질문인 '한국 사회 불평등은 견딜 만한가?' '왜 우리는 불평등한가?'는 '왜 우리는 불평등을 견디고 있는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위 표를 포함해 각종 자료가 보여주며 많은 이들이 몸으로 느끼듯, 우리 사회 불평등은 심각하다. 실재한다. 이것은 정당들과 대통들도 인정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왜 불평등을 참고 있을까?
글쓴이는 한국에서 '불평등은 정당하다'라는 말이 매우 복잡한 형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불평등 대물림'을 알면서도 강한 '능력주의(메리토크라시)' 인식과 '계층 상승 이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 강한 실력주의와 결합된 상승 이동 가능성과 수저 계급 사회의 불평등 대물림으로 인한 불공정성이 공존하며 각축하고 있어 상승 이동 기회 보장 명제는 수용되지도 거부되지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책, 115쪽)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그것을 평등과 공정이라고 여기는 '집단적 착시 현상의 결과다. 그 '능력' 속에는 소수 기득권층이 정한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몇몇 학교 출신만 포함된다.
한국인들이 불평등 심화 현상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는 통계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에서는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2009, 2019년 사회불평등조사, 노회찬재단과 한국비정규센터 2023년 자료를 활용해 이를 보여줬다(책, 163~166쪽).
우리 사회에서 '인생 성공에서 노력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2009년 87.2%에서 2023년 59.0%로 10년 사이에 급감했다(책, 165쪽). 반면, '인생 성공에서 출신 배경이 중요하다'는 대답은 2009년 24.9%에서 2023년 50.4%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책, 166쪽).
"기회 구조의 불공정으로 인해 한국인은 가난을 개인 능력 부족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폐해의 결과로 인식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책, 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