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 퇴적 과정과 탄낭을 설명하는 강순석 박사 화산재 퇴적 과정과 탄낭을 설명하는 강순석 박사
파란탐사대 윤상훈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지층은 '신양리층'이라 불린다. 4500여 년 전 형성된 국내에서 가장 '젊은' 땅이다. 지질학자들은 성산일출봉 주변 해안을 불(화산)과 물(바다)의 조화를 통해 형성된 지형이라 설명한다.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신양리층이 파도를 만나 깎이고, 깎여나간 모래가 다시 신양리 앞 바다에 쌓이며 형성된 지형이기 때문이다. 화산 폭발 이후 오랜시간 섬으로 존재했던 성산일출봉과 붉은오름은 가운데 신양리 사주가 길게 발달하면서 점차 육지와 연결됐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은 시점은 대략 700~800여 년 전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어떻게 보호구역 안에서 난개발이 가능했을까
첫 화산 폭발이 일어난 지 6700여 년이 지난 지금, 성산읍 앞 바다는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내는 경관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성산일출봉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이후 2020년까지 연평균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했고(제주특별자치도, 2024), 섭지코지는 2003년 유명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며 연 방문객 20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는 2008년부터 성산일출봉, 신양리 해변, 섭지코지 일대를 성산일출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에 나섰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는 하나의 공원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정책의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왔다. 성산일출봉은 20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며 절대보전지역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반면, 섭지코지는 1994년 제주개발특별법에 의해 해양관광단지 개발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2008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의한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기업에 의한 관광지 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섭지코지 땅의 약 80%는 보광이라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휘닉스 파크 모기업으로 알려진 보광은 2006년 해양관광단지 개발 업체로 선정되면서 섭지코지 내 사유지와 국공유지를 헐값에 매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신양리 주민들이 농사 짓고 물질 하던 땅이었다. 관광지 개발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섭지코지에는 총 630실 규모의 대형 콘도 8채와 50실 규모의 빌라형 콘도 32채, 대형 수족관과 카페 등 관광시설 4채 그리고 이를 둘러싼 10여 개의 주차장이 들어섰다. 보광은 제주개발특별법에 따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 모든 국세를 감면 받았고, 공유수면 점사용료와 농지보전 부담금, 대체산림자원조성비,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등 환경 훼손과 관련된 비용도 50% 이상 감면 받았다.
제주도가 보광에 이러한 특혜를 제공한 이유는 단 하나, 섭지코지를 유원지로 개발해 관광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보광은 지역 주민에게 개발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상가, 해양스포츠센터, 해수스파랜드 등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지역주민 고용 등을 통한 사업 수익 배분을 약속했다.
사업은 약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2007년, 공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신양리 주민들은 머리띠를 매고 섭지코지 주차장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다. 보광이 주차장을 없애고, 입구를 막아 콘도 이용객만 섭지코지 안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프라이빗 비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주차장 부지와 진입로는 국유지와 도유지로 환원되었지만, 이후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섭지코지를 두고 보광과 지역주민 간의 갈등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성산일출도립공원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도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해당 구역 내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 하도록 관리되어야 하지만, 성산일출도립공원 내 주요 자원은 모두 공원구역에서 제외되어 있다. 제주연구원은 2020년 도립공원 보전관리계획 보고서에서 성산일출도립공원 구역 지정이 "타당성과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경관자원이자 보전이 필요한 성산일출봉과 신양리 해안사구, 섭지코지와 같은 내륙 공간이 부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섭지코지의 경우 대부분의 관광 자원과 연안 생태계가 사유지에 위치해 있어 경관 사유화와 훼손 방지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제주 전체 도립공원 내 위치한 자연문화자원은 총 49개로 이중 44%인 22개 만이 도립공원 부지 안에 포함되어있다. 전체 6개 도립공원을 관리하는 정규직 인력은 3명이며, 곶자왈을 제외하면 아무런 현장 관리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환경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