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18년 6월 11일 오전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최강일 외무성 국장 대행(왼쪽)과 김성혜 통일전선책략부장이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유성호
이어 A씨는 "(안부수 회장이) 나갔는데, (중국) 심양으로 나간 게 아니라 북경으로 갔고, 들어와서 무용담처럼 (김정은 친서를) 얘기한 거거든요"라며 "나갔더니 북측 인사들이 북경 공항에 이렇게 쫙 대기하고 있더라고 (했어요)"라고 전했다.
안부수 회장이 2018년 12월 말께 중국에서 귀국한 다음날 북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다시 중국으로 들어갔는데 북경 공항에 북한 측 인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국정원 문건과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안 회장은 비슷한 시기(2018년 12월)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났고, 중국에서도 김성혜 실장을 두 차례 만났고 전화통화도 했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북경 공항에 나온 북한 측 인사 중에는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겸임)이 포함돼 있었다. 김성혜 실장은 남북 회담과 북미 회담 등에 참여한 북한 핵심 인사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석했고, 같은 해 북미정상회담 북한 수행단 일원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A씨는 "(김성혜 실장이) 거기서 직접 '이거를 뜯어보면 안 되고, 이거는 VIP(김정은) 친서다' 그러면서 그거(친서)를 007가방 같은 데 담아줘서 그대로 들어왔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게 뭔데요? 그랬더니 (안부수 회장이) '이거 (김정은) 친서'라고 했어요"라고 전했다.
"그때 막 급하게 나갔다가 급하게 들어왔어요. 제가 지금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해서 그러는데 하여튼 급하게 나갔다가 급하게 들어와서 '뭐 급한 일 있었냐?' 그랬더니 '중요한 게 있었어' 그러기에 '뭐냐?'고 했더니 '친서를 가지고 왔다'고 해서 '무슨 친서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 친서 가지고 왔다'고. 그러면서 북경을 갔는데 거기에 막 세단이 쫙 깔려 있고, 김성혜 갑자기 딱 와서 '이거 열어보면 안된다'며 007 가방을 줘서 그거 가지고 들어왔다고 막 얘기했던 게 친서거든요. 그러고 나서 보도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네' 그랬거든."
김성혜 실장이 북경 공항에서 김정은 친서가 든 "007가방 같은" 것을 안부수 회장에게 전달했고, 안 회장이 그것을 남한으로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A씨는 "(청와대가) 브리핑하면서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비공식 라인으로 받았다고 했는데 그 비공식 (라인)이라는 것은 김성혜를 통해서 (김정은 친서를) 안부수한테 줘서 안부수가 들어와서 전달한 거죠"라고 말했다.
김성혜→안부수→국정원→청와대 순으로 전달?
그렇다면 안부수 회장이 이렇게 가져온 김정은 친서는 어떻게 청와대에 전달됐을까? A씨는 안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누구'에게 전달했는지와 관련 "아마 김 전무라는 국정원 직원한테 바로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라고 말했다. '김성혜→안부수→국정원→청와대'의 순서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A씨가 언급한 '김 전무'는 국정원 블랙요원(신분을 위장해 공작하는 특수임무요원) 김아무개씨를 가리킨다. 김씨는 안부수 회장을 국정원 협조자로 지정해 특별관리하며 북한 고위인사들(김영철, 김성혜 등)의 동향을 수집하며 '2급 비밀문건'까지 작성한 인물이다. 하지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경기도 부지사, 안부수 회장을 앞세워 주가조작을 하려는 움직임을 파악한 뒤 8개월 동안 국정원 협조자로 특별관리해 온 안 회장과의 관계를 종결했다(2019년 1월).
김씨는 지난 2023년 7월 4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비공개 증인신문에서 "쌍방울과 이호남의 주가조작 공모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라며 "국정원 직원이 전혀 근거없는 것을 보고서에 담을 순 없다. 쌍방울의 주가 부양 움직임과 가능성을 확인해서 2급 비밀문건(2019년 2월 1일 자)을 만들었다"라고 증언했다.
김정은 친서 전달 직후 쌍방울 대북사업 급물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