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재활용품 등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로 2016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2023년 5월, 시설을 처음 직접 방문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건물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불쾌한 악취가 코로 훅 들이닥쳤다.
그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회장 동지 앞이라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순회하다, 현장에서 '중층'이라고 부르는 지하 공간에 이르렀다. 여기가 시설 내에서 악취가 가장 심한 곳이라고 했다. 문 앞에서부터 시설 내 악취의 근원인 것만 같은 농축된 악취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중층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 위해 문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헛구역질이 나오고 말았다. 중층에 들어선 순간 느낀 악취는 불쾌한 수준을 넘어서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설계상 중층에는 급배기 시설이 존재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그 기능이 거의 상실된 것처럼 보였고, 악취 민원 발생으로 그나마 있는 환기시설도 제한적으로 가동됐다. 숨을 쉬는 게 금지되어야 할 것만 같은 그 공간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방독면을 쓰고 작업을 했다. 중층 앞 복도에는 '질식 위험 공간'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예견된 인재
5월 2일,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심각한 수준의 전신 화상을 입었고, 6월 18일에는 치료 중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른 재해자들도 여전히 화상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앞서 말한 중층이었다. 중층 내에 메탄가스가 축적된 상황에서 배관교체를 위해 화기 작업을 하다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미 2019년부터 노사협의회에서 수도 없이 중층의 악취와 유해가스 방지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응답은 없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직접 배풍기와 자바라 호스를 설치해서 겨우 작업해 왔다는 증언이다. 노동자들은 그나마 가스 누출 경보기는 설치된 위치가 부적절해 위험을 감지하기에 무용지물이었으며, 눈이 따가운 정도나 악취의 정도로 작업이 가능할지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원래 중층에는 스테인리스 배관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비용 절감을 위해 플라스틱 배관으로 바꿨고, 배관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토치 등 화기를 사용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정도면 예견된 인재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급배기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고 가동되어 메탄가스가 축적되지 않았다면? 가스 누출 경보기가 정확한 위치에 제대로 설치되어, 노동자들이 사전에 위험 요소를 감지할 수 있었다면? 스테인리스 배관이 플라스틱 배관으로 바뀌지 않아서 화기를 덜 쓸 수 있었다면? 주무관청으로서 그 시설을 관리감독해야 했던 전주시 역시 책임이 있다. 작년 8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는 전주시청의 담당 부서도 참여했고, 시설의 각종 안전 문제를 들은 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 이후에도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운영사는 사고 이후에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6월 7일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 내려진 작업 중지 명령이 해제됐다. 화기 사용의 이유였던 플라스틱 배관으로 설비를 복원하여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 이후에도 전주시는 "쓰레기 대란"을 막는 데에만 열중했을 뿐이다.
반복되는 재해, 짓밟힌 노동자들의 목소리
2022년 6월, 평택에코센터라는 폐기물처리시설에서도 똑같이 메탄가스가 발생하는 공간 내에서 슬러지 배관 연결을 위해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동일한 유형의 재해가 반복되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지침이 사고 때마다 대동소이하게 만들어져 배포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된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노동환경 개선을 적극적으로 제기해 왔던 11명의 노동조합원은 올해 1월 운영사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모두 고용승계에서 배제되어 해고자가 됐다.
조합원들은 현장으로 되돌아가 시민들이 웃으며 방문하는 시설로 바꿔내겠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반년 동안 해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해고자들이 원직복직되고 그 시설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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