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박이와 수확한 제철 채소
김은상
어느 날엔가 아침 새소리가 갑자기 요란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새들은 계속 지저귀고 있었는데 백색소음이 되어 잠시 안 들렸던 거죠. 한낮의 매미 소리, 한밤의 개구리 합창도 귓등으로 흘리곤 합니다. 익숙해지니 안다고 생각하고, 잘 안다고 믿으면 보려 않습니다. 알량한 앎이 눈과 귀를 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어느덧 시골살이 3년이 넘어섰어요. 그 절반은 5도 2촌이었죠. 주말이면 넓은 마당을 한껏 어지럽히고, 풀꽃, 나무, 벌레와 친해지고, 가볍게 먹거리를 키워 먹는 일이 소풍날의 보물찾기처럼 느껴졌죠. 어지러운 5도를 뒤로 한 채, 자연에서 맞은 2촌 생활은 단순하고 생기 발랄했습니다.
어떻게 그리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요? 잊고 살지만, 인간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본래의 모습이겠죠. 서로 어울리길 원하는 데 거부할 리 없습니다. 사람에 대한 자연의 셈법은 득실, 관계 따위에 있지 않으니까요.
누군가 안부를 물어요. 혼자 지내기에 외롭지 않냐고. 때론 외롭기도 합니다. 그런데 외로워서 좋아요. 고독이 주는 쓸쓸함이 좋아요. 심심하다 싶으면 '번잡한 마음이 쉬고 있구나' 생각해요. 무엇보다 비교하고, 싸우고,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하는 한숨이 사그라들죠. 그러니 고독이 편안해집니다.
토드 로즈(Todd Rose)가 쓴 <평균의 종말>을 읽었어요. 모든 인간의 선천적 특징은 극도의 다양성에 있고, 실제 평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평균은 사고의 편리를 위한 허상'이라는 거죠. 여기 시골 마당엔 '적어도 중간쯤 가야' 하는, 막연한 평균의 중압감은 없습니다. 다양성과 개별성이야말로 자연의 섭리라는 걸 매 순간 자연에서 배우죠.
이제 장마가 끝나면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방수, 곰팡이, 거미줄, 잡초... 소박이 담그듯 차근차근하게 해 나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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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초보 뜨락생활자. 시골 뜨락에 들어앉아 꽃과 나무를 가꾸며 혼자인 시간을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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