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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 곳

이슬람과 기독교를 이어주는 평화의 상징이자 전쟁의 상징, 스타리 모스트

등록 2024.07.22 09:27수정 2024.07.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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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발칸반도를 여행한 후 씁니다. [기자말]
 모스타르에서 이슬람인들이 사는 이슬람지구와 가톨릭교도들이 사는 가톨릭지구를 연결해주는 다리인 '스타리 모스트' 모습. 1993년 전쟁 때 포격으로 무너졌다가 유네스코와 세계 각국의 후원을 받아 복원했다.
모스타르에서 이슬람인들이 사는 이슬람지구와 가톨릭교도들이 사는 가톨릭지구를 연결해주는 다리인 '스타리 모스트' 모습. 1993년 전쟁 때 포격으로 무너졌다가 유네스코와 세계 각국의 후원을 받아 복원했다. 오문수
 
발칸반도를 여행하는 일행의 관광버스가 크로아티아를 거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들어서자 건물 곳곳에 총탄 자국이 남아있었다. 1991년부터 발칸반도에 전쟁이 시작됐으니 30년이 넘었는데도 전쟁의 그림자가 남아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모스타르(Mostar)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남부 지역인 헤르체고비나의 수도로 헤르체고비나 지역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고, 나라 전체에서는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다. 모스타르는 187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의 영토가 되었고,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고슬라비아 영토가 되었다.
  
 모스타르에서 이슬람지구와 가톨릭지구를 나누는 네레트바강 모습
모스타르에서 이슬람지구와 가톨릭지구를 나누는 네레트바강 모습 오문수
 
모스타르라는 도시 이름은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에서 유래됐다. '스타리'는 '오래된', '모스트'는 '다리'라는 뜻으로 네레트바 강위에 놓인 다리를 '스타리 모스트'라고 부른다. 보스니아 내전 이후 모스타르를 가로지르는 네레트바강은 모스타르의 가톨릭지구와 이슬람지구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었다.


다리는 1557년에 오스만투르크의 '미마르 하이레딘(Mimar Hairedin)이 설계해 9년이 지난 1566년에 완성되었다. 길이 28m, 높이 19m의 단일교각으로 된 아치형 다리는 그 완벽한 설계로 오랜 세월 아름다움을 유지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슬람인들이 사는 구시가지 모습
이슬람인들이 사는 구시가지 모습오문수
   
 기념품 가게에는 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총알과 탄창 철모를 팔고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는 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총알과 탄창 철모를 팔고 있었다오문수
 
하지만 1992년에서 1995년 사이 가톨릭계 크로아티아 주민과 무슬림 보스니안 사이에 내전을 치르던 중 1993년 11월 9일 10시 15분 크로아티아 방위군에게 완전히 파괴되었다.

'스타리 모스트'는 이슬람과 기독교를 이어주는 평화의 상징이자, 전쟁의 피로 얼룩진 민족분단의 비극을 증언해 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1994년 평화를 되찾은 후 유네스코의 총괄 아래 세계 각국의 후원금을 지원받아 터키의 건축가들이 2004년 7월에 복원하여 다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다리를 복구하는 도중 강속에 매몰된 1088개의 원래 돌을 건져 교량 복원에 사용했다. 다리가 시작되는 골목 입구에는 'Don't forget '93(1993년을 잊지 말자)'라는 명패가 있다.
 
 이슬람지구와 가톨릭지구를 이어주는 다리인 '스타리 모스트' 입구 돌에 새겨진 '1993년을 잊지 말자(Don't forget '93)'가 적힌 표지석 모습
이슬람지구와 가톨릭지구를 이어주는 다리인 '스타리 모스트' 입구 돌에 새겨진 '1993년을 잊지 말자(Don't forget '93)'가 적힌 표지석 모습오문수
 
모스타르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 도시로 15세기부터 400년간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아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었다. 그러다가 19세기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으면서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해 네레트바 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이슬람지구, 한쪽은 기독교지구로 나뉘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았다.

이 두 지역을 이어준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스타리 모스트'다. 하지만 유고 연방의 해체와 보스니아 내전, 모스타르 전쟁 등을 거치면서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의 500년 평화는 산산이 깨지고 만다.
    
 전쟁 당시 부서진 건물 잔해 모습
전쟁 당시 부서진 건물 잔해 모습오문수
   
종교문제와 크로아티아의 영토 확장이라는 이유를 들어 양 세력간의 인종청소가 자행되었고 형제처럼 지내던 이웃간에 죽고 죽이는 생지옥이 전개되었다. 1994년 2월에 국제사회의 중재로 평화를 되찾았지만 거리 곳곳에 남아있는 포탄 자국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대변해 주고 있다.

종교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는 사랑이다. 어제까지도 다리를 건너다니며 가깝게 지냈던 이웃을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적대시하며 학살극을 벌인다는 게 말이 되는가? 모스타르는 '우리에게 종교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준 곳이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모스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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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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